산업

[기자수첩] 의대 증원에 '계약학과' 불똥…기술강국은 언제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고은서 기자
2024-02-23 14:38:36

연대 반도체 계약학과, 미등록률 220%

의대 증원으로 탈(脫) 반도체 현상 증가

기업 '인력난' 속앓이…근시안적 대책뿐

산업부 고은서 기자
[산업부 고은서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졌네."

정부와 의사집단 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안을 두고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반도체 등 첨단기술 계약학과가 불똥을 맞게 됐다. 의대 증원이 결국은 이공계 인재들의 대거 이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202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이른바 'SKY대'로 불리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 계약학과 합격생들이 무더기로 등록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데도 의대를 포기할 수 없는 학생이 대다수라는 이야기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번 입시에서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추가모집에도 등록하지 않아 모집정원(25명) 대비 220%의 미등록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미등록률(130%)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실제 수험생 반응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2024학년도 수능 시험을 치른 이모씨(22)는 "수험생들이 계약학과를 선택하는 이유는 진로와 직장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라며 "의대도 진로가 정해져 있는 건 마찬가지인데 의대갈 수 있는 성적이면 당연히 의대를 선택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반도체가 대한민국 산업을 책임지는 '핵심전략산업'임을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이 중국과 미국 간 반도체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급 인력, 우수 인재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모두가 안다. 이 상황에서 의대 증원은 더더욱 의대 선호도만을 높이는 꼴이다.

기업들은 일제히 '반도체 인력난'을 외친다. 당장 지금도 반도체 업계는 인재 부족으로 허덕이는 중인데 1년, 5년, 10년이 지나도 달라질 건 없어 보인다. 이런 식으로 '탈(脫)반도체' 추세가 계속되면 그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첨단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들인 공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제시한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자구책은 겨우 계약학과 확대다. 메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 중 하나로 반도체 계약학과를 기존 10개교에서 18개교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럼 늘어난 8개교는 대체 어떻게 채우려는 걸까.

기술강국을 위해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던 윤석열 정부는 과연 '세계 최대·최고'의 길로 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정부·민간이 '원 팀(One Team)'으로 가질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기술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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