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기후 변화 대응을 지향점으로 하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세계 완성차 시장 역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2023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에 있어 중국이 내연기관은 물론 전기차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 글로벌 모빌리티(S&P Global Mobility)’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은 1위인 중국에 이어 미국, 일본, 인도, 독일, 한국 순이었고 전기차 생산은 중국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독일, 미국, 한국, 프랑스, 일본이 뒤를 이었다.
코트라는 해당 지역 무역관들을 통해 자동차 시장 부동의 세계 1위 중국, 유럽의 전기차 시장 강자 독일의 올해 시장을 전망하며 중국에서는 로컬 자동자 기업들의 급성장과 더불어 내수 위축으로 인해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독일에서는 기후 중립을 지향하며 내연기관과 전기차 병행 생산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15년 연속 세계 1위...합작기업 위축·‘로컬기업 屈起’
2023년 중국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은 모두 사상 처음으로 3000만대를 넘어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9.3% 증가한 3011만3000대로 집계됐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자료에서는 이보다 더 높아 전년 대비 11.6% 증가한 3016만1000대를 기록했다.
CAAM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이로써 중국은 15년 연속 세계 자동차 판매 및 생산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코트라 중국 베이징무역관은 중국 로컬 자동차 기업의 굴기(屈起)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로컬 브랜드의 중국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2020년까지 40%선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했다. 2021년부터 시장이 전기차를 선두로 한 신에너지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로컬 업계는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장했다. 2021년 44%를 넘어선 데 이어 2022년 50%에 육박했으며 2023년엔 전년 대비 6%p 상승한 55.9%로 나타났다.
반면 독일·일본·미국계의 시장 점유율은 일제히 하락했다. 독일계 브랜드는 2022년 20%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2023년 17.8%로 감소했다. 일본계는 14.5%로 줄었다. 미·중 무역 경쟁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미국계의 시장 점유율은 8.8%까지 떨어졌다. 한국계는 2년 연속 1.6%에 그쳤다.
주요 기업 별로 살펴보면 중국 기업인 BYD(比亚迪)가 글로벌 강자인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중국 자동차 판매량 1위로 올라섰다.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RC)에 따르면 BYD는 2023년 중국에서 자동차 240만 대를 판매했다. 시장 점유율은 11%로 전년 대비 3.2%p 상승했다. 반면 폴크스바겐의 2023년 중국 시장 판매량은 230만대에 그쳤다. 시장점유율도 전년 대비 0.2%p 감소한 10.3%로 2위에 내려앉았다. 일본 혼다 자동차의 경우 2023년 중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1% 감소한 123만4181대로 집계됐다.
중국 전기차 시장 호황 속에서 로컬 브랜드의 실적 희비가 갈렸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의 2023년 연간 판매량(중국+해외)은 전년 대비 62.3% 증가한 302만4400대였다. BYD는 중국 전기차 업계에서 유일하게 연간 판매량이 300만대를 넘어선 업체로 1위 자리를 굳혔다. 반면 상하이자동차, 창안(长安), 지리(吉利) 및 지리 산하의 지커(极氪), 광저우자동차 그룹 산하의 광치아이안(广汽埃安) 등 전기차 브랜드들은 모두 연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제조업체, 판매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하하거나 재고 물량 조절에 나서는 등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작년 1분기 BYD 등 선도기업은 물론, 전통 내연기관차 업체들까지 앞다퉈 가격을 하향 조정했다. 6월 중국 대표 전기차 스타트업인 니오(蔚來)가 가격 경쟁력 강화를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리고자 모든 차종의 판매 가격을 3만 위안씩 내렸다.
베이징무역관은 “리오프닝 이후 지방정부들이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 구매 보조금 지원 방안을 내놓으며 가격 인하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며 “올 1월에도 테슬라, 리샹, 링파오, 니오 등 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잇따라 발표하며 가격 경쟁은 지속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독일, 20개 이상 자동차공장이 내연기관·전기차 혼합생산으로 유연성·효율성 확보
올 한 해 독일 국내 전기차 시장 전망은 정부 차원의 전기차 보조금 조기 종료와 더불어 중국 완성차 기업의 저가 공세가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할인 판매 없이는 시장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독일 완성차 기업들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합 생산 방식을 선호하며 기후 중립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은 독일 자동차 전문잡지 ‘아우토모빌보헤(Automobilwoche)’가 제시한 도표를 통해 “독일 내 22개 자동차 공장의 현 상황을 한 번에 보여준다. 현재 대부분의 독일 자동차 공장에서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현재로서는 그륀하이데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만이 독일의 전기차 생산지로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공장의 대부분은 수요에 따라 내연기관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를 공동 라인 또는 한 생산 공장에서 여러 개의 개별 라인에서 혼합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생산 입지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생산 방식을 재편했다. 이 회사는 기본적으로 생산의 유연성을 통해 변화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공장을 지을 필요는 없지만 기존 생산 네트워크에 의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BMW의 경우 바이에른 주에 위치한 3개 공장과 지난 2005년 개장한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혼합 생산 중인데, 인근에 위치한 포르쉐 역시 라이프치히와 슈투트가르트 주요 공장에서 유사하게 운영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또 현재 순수 내연기관 공장이기도 한 아이제나흐(Eisenach)의 오펠(Opel) 공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그랜드랜드(Grandland) 후속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빌보헤는 “독일의 22개 생산 현장은 전기차 시대로의 변화 속에 운영 방식이 혼합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중국에 이어 세계 제 2대 전기차 생산 현장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