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호텔업계가 서비스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데믹과 함께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증가하며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건비 상승, 구인난 등이 심화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호텔업계는 투숙객에게 단순 업무를 제공하는 서빙로봇을 넘어 직원 업무 효율성을 높인 카트형 로봇 개발까지 나서고 있다. 대면 서비스 품질 저하를 우려해 로봇 도입을 주저했던 특급호텔도 이제는 적극적인 모습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최근 LG전자와 협약을 맺고 서비스 로봇 도입 계획을 밝혔다. LG전자 물류 로봇 ‘클로이 캐리봇’을 기반으로 객실 정비용 카트, 식자재 운반 등 다양한 용도의 로봇을 개발할 방침이다. 웨스틴 조선 서울 객실팀 도입을 시작으로 조선호텔앤리조트에서 운영하는 9개 사업장에 모두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지난 2022년부터 설악·해운대·경주·거제 등 주요 사업장 8곳에서 LG전자의 배송·안내·퇴식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화 모멘텀 부문과 합작해 ‘한화로보틱스’를 설립했다. 한화로보틱스의 협동로봇·무인운반차(AGV)·자율이동로봇(AMR) 기술을 호텔·외식 서비스에 접목한다는 구상이다.
로봇 도입에 드라이브를 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달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블스의 사명을 ‘한화푸드테크’로 변경하고 푸드테크 사업을 본격화했다. 식음 서비스에 로봇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푸드테크 전문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조리를 포함한 식음 서비스 곳곳에 한화로보틱스의 기술을 활용해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 또한 지난 2021년부터 KT·LG 등과 손잡고 로봇 기술을 적극 활용 중이다. 호텔 L7강남은 객실 요청 물품을 배달해주는 ‘딜리버리 로봇’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직원이 객실 번호를 설정하고 물품을 넣으면 로봇이 스스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해 객실에 물품을 전달한다.
해외 호텔도 로봇을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지난 2021년 서울 명동에 문을 연 일본의 ‘헨나호텔’ 로비 프런트에는 직원 대신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한 로봇이 투숙객을 반기고 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가 가능한 이 로봇은 인간을 대신해 키오스크에 팔을 뻗어 체크인을 돕는다.
객실로 향하는 동안 벨보이 대신 로보티즈의 ‘집개미’가 투숙객의 짐을 옮긴다. 로봇 서랍에 물건을 넣고 모니터에 객실 번호를 누르면 집개미가 이동하기 시작한다. 로봇 상단에 달린 로봇팔이 호텔 로비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스스로 눌러 객실까지 자율주행으로 움직인다.
이처럼 호텔업계가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성급 호텔 1곳 당 평균 직원 수는 약 187명으로 2년 전 대비 51명이 감소했다. 젊은 구직자들의 서비스 업종 기피 현상, 코로나 팬데믹 기간 대규모 인력 감축 영향 등이 맞물린 결과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전세계 로봇시장 규모가 2020년 250억 달러(약 33조2000억원)에서 2030년 2600억 달러(약 345조3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로봇 시장은 일본과 유럽이, 서비스용 로봇은 미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