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으론 유럽 북해 유전 원유 가격인 '브랜드유', 미국 텍사스와 뉴멕시코 유전에서 나오는 '서부 텍사스유(WTI)', 아랍에미리트(UAE)와 중동산 원유를 반영한 '두바이유'가 있다. 국내에선 원유 80~90%를 중동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주로 두바이유가 국제유가 기준으로 쓰인다.
그러나 두바이유와 국내 기름값 사이엔 최소 3개월의 시간적 간극이 존재한다. 원유는 당일 바로 직거래되는 게 아니라 대부분 1년 미만의 공급 계약으로 거래된다. 또 중동에서 나온 원유가 국내까지 옮겨지는 시간과 각종 세금을 고려하면 간극은 더욱 커진다.
그러므로 휘발유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알기 위해선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봐야 한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석유제품 도매 허브로서 국내 정유사 수익의 기준점으로 불린다.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도매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면 그 다음 주에 정유사가 납품 가격에 반영한다. 그리고 주유소는 그로부터 1주일 후에 납품 가격에 맞춰 최종 소비자 가격을 결정한다. 약 2주가량 소요되며 두바이유가 국내 시장에 반영되는 시간보다 훨씬 빠르다.
일례로 2월 23일 싱가포르 현물 시장에서 휘발유는 배럴 당 97달러였다. 1배럴은 약 159리터(L)이므로 L 당 61센트(약 806원)가 된다. 여기에 유류세(25% 인하) 615원이 붙으면 1412원이 되고 운송비와 유통 마진이 붙어 8일 현재 전국 평균 L당 1639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짓는 정제 마진도 싱가포르에서 결정된다. 정제 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차액이다. 정제 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가 남기는 수익이 많아진다. 3월 1주 차 한화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마진은 배럴 당 12달러다. 정유사는 4~5달러가 손익분기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두바이유의 유명세와 달리 현재 두바이 원유는 고갈된 상태다. 국내에선 두바이의 마천루를 기름 팔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두바이의 핵심 산업은 금융·관광·물류로 1970년대부터 탈석유 산업을 일궈온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