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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행권, ELS발 손실 늪…퇴직연금 '활로' 특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지다혜 기자
2024-03-12 05:00:00

이자익, 전체 수익 93%…여전히 고의존도

고연령 이직·은퇴↑…개인형 퇴직연금 주목

5대 시중은행 본점 로고 사진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 본점 로고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ELS 판매가 중단된 가운데 수수료 인하 경쟁까지 과열되면서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상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퇴직연금 상품을 통한 수익 확보로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비이자이익은 2조9437억원으로 전년(1조7201억원) 대비 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2.45%포인트가량 늘었다.

다만 은행 전체 수익에서의 비이자이익은 10%에도 못 미쳤다. 반면 이자이익은 41조3878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44조3262억원) 중 93%를 차지하면서 여전히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이자이익은 총 영업이익(매출) 중 예대마진으로 불리는 이자이익을 제외한 수수료 이익, 매매평가익, 기타영업손익 등을 말한다. 대출 외에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인 비이자이익이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수익원(펀드·보험상품 판매, 신용카드 수수료 등)을 통해 들어오는 수익이 줄었단 뜻이다.

올해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예정돼 있어 사실상 이자 상승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또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연간 1.5~2%로 제한하는 등 부채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수익성 악화를 염두에 두고 비이자이익 확대에 힘을 쏟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홍콩 ELS 사태로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대체재로 주력할 상품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앞서 지난해 1~3분기 은행들이 ELS 판매로 얻은 수수료는 비이자이익의 5.62%를 차지했다. 즉, ELS 대체재가 없으면 비이자이익의 6%가량이 상실되는 셈이다.

또 금융당국이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손질에 나서면서 이에 따른 수익도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을 조기상환할 때 고객에게 부과되는 벌칙금 성격의 수수료를 말한다.

은행들은 조기상환 시 발생하는 이자손실 비용에 대출 관련 각종 행정·모집 비용을 더해 해당 수수료를 고객에게 물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 금융사의 비용을 반영하지 않고 합리적 기준 없이 획일적으로 부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국은 은행이 대출을 취급하면서 실제 발생하는 필수적인 비용만 수수료에 반영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에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함께 환전 수수료 무료화까지 선언하면서 경쟁 참여에 나섰다. 비이자이익 강화가 은행권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지만 수수료 이익 확보는 어려워져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따라서 은행들은 수수료 수익이 더 이상 감소하지 않도록 규모가 점점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 경쟁력 강화로 새 돌파구를 마련하는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고객들의 퇴직연금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퇴직연금은) 비이자이익 확대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오는 4월부터 퇴직연금 수수료에 개인형 퇴직연금(IRP)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성과를 연동하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은 퇴직연금 상품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연금 수익률이 높으면 수수료를 더 많이 취할 수 있고, 반대로 부진했을 땐 수수료를 덜 받게 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운용액은 155조3394억원으로 전년(132조2347억원)보다 17.5%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도 같은 기간 198조479억원으로 전년(170조8255억원)과 비교했을 때 27조2224억원(16%) 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21년(149조7259억원) 대비 2년 새 50조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200조원대에 진입했을 것으로 본다.

퇴직연금 시장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매년 더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퇴직연금 시장이 연평균 약 9.4% 성장하면서 10년 후에는 2.5배 커진 94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IRP의 경우 76조원에서 288조원까지 증가해 시장의 약 31%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석진 한투운용 OCIO컨설팅부 부장은 "국내 60세 이상 인구가 현재 1370만명에서 10년 후에는 187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에 대한 니즈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고연령대 이직자와 은퇴자 비중이 늘어나 상대적으로 IRP 시장이 빠르게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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