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세계 각국에서 판매된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약 1407만대로 전년(2022년) 대비 33.5% 증가했다.
올해 1월 판매된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하이브리드차 포함)에 탑재된 총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약 319.4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43.2% 성장했다. 전기차 성장세 둔화를 하이브리드차 성장세가 상쇄하며 전체 배터리 사용량도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배터리 기업들의 지난해 하반기 실적을 두고 염려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실제 작년 4분기 기준 SK온은 1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각각 3382억원, 3118억원에 그쳤다.
다만 업계에선 이 기간이 '일시적인 수요 정체기'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팔랐던 성장세가 둔화된 것일 뿐, 멈추거나 하락하지는 않았다"며 "수요 정체는 '캐즘(Chasm)'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캐즘은 초기시장과 주류시장 사이에 나타나는 수요의 하락이나 정체 현상을 의미한다.
한편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주춤했지만 배터리 시장이 성장을 멈추지 않은 데에는 기업 투자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은 전년보다 2874억원 늘어난 2조474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투자액 증가율은 13% 수준이다.
앞서 지난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2022년도 1~3분기까지만 해도 보수적으로 R&D 투자를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해당 기간 매출 대비 R&D 비율은 각각 △2.8% △4.9% △2.2%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중국 CATL이 5.05%였던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업계 전문가는 "R&D 투자를 늘린 건 주목할 만한 성과"라며 "우수한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 신기술 개발에 힘쓴다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