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발(發) 동박 공급 과잉에 더해 전기차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국내 동박 업황이 숨고르기에 들어섰다. 지난해 기업들이 배터리 시장 확대 흐름에 맞춰 공격적인 증설을 이어갔던 것과는 반대되는 추세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동박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고려아연은 제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황산니켈 생산에 박차를 가하려는 모습이다. 황산니켈은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핵심 원료다. 시장조사업체 QY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황산니켈 시장 규모는 2021년 50억 달러(6조5545억원)에서 연평균 17.7% 성장해 오는 2028년 157억 달러(2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2017년 배터리용 황산니켈 생산 자회사인 켐코를 설립한 후 배터리 소재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켐코를 통해 지난해부터 울산 온산공단에 건설 중인 '올인원 니켈 제련소'는 2026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총 5063억원이 투자된다.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4만2600톤(t)으로 2026년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제련소가 완공되면 고려아연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 1위 황산니켈 생산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곳에서 생산된 황산니켈은 켐코와 LG화학의 합작법인(JV)인 '한국전구체'에서 전구체로 제조돼 LG화학의 양극재 원료로 쓰인다. 지난 2022년 고려아연과 LG화학은보유 자기주식(보통주)을 활용해 지분을 교환한 바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올인원 니켈 제련소에서 니켈이나 전구체 등 배터리 핵심 소재를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품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중국으로부터 자립도 가능해 외교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자체적으로 갖춘 니켈 밸류체인(가치사슬) 덕분에 IRA 혜택을 필요로 하는 고객사 확보에도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산 니켈 의존도가 90%에 이르는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공급망 다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