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조치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받게 될 보조금을 반도체 칩 제조 공장 두 곳과 첨단 패키징 시설, 연구개발(R&D) 센터 등 총 4개의 시설에 사용할 예정이다. 또 미국의 보조금 지급 발표에 발 맞춰 기존 계획보다 3배 가까이 확대한 총 450억 달러(62조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지급하는 보조금 규모는 자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85억 달러)과 대만 TSMC(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액수보다 주목 받은 건 투자 대비 지급 규모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기준은 '팹(공장)당 최대 30억 달러(약 4조원) 한도 내에서 프로젝트 비용의 15% 지원'이다. 시장에서는 기존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인 170억 달러(23조5000억원)를 기준으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규모는 20억~30억 달러(2조7080억~4조62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최대 3배 가까이 큰 보상금을 받게 됐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보조금 지급에 있어 투자금액 대비 비율이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액은 인텔이나 TSMC보다 적지만 보조금은 삼성전자가 (인텔, TSMC와) 비슷한 수준을 받았다"고 전했다.
삼성에 앞서 인텔은 1000억 달러(139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85억 달러(11조8630억원), 650억 달러(90조7000억원)를 투자하는 TSMC는 66억 달러(9조2000억원)를 보조금으로 받았다. 투자 대비 보조금 지급 비율로 보면 각각 8.5%, 10.2%다. 반면 삼성전자의 투자금액 대비 비율은 14.2%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이 미국 정부로부터 경쟁사보다 나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전부터 미국 정부랑 물밑 협상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에서는 협상력이 좋았다는 분위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