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38만t으로 전년 대비 10% 늘었다.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산 후판 물량은 2021년 약 44만t, 2022년 약 81만t에서 지난해 130만t까지 급증했다.
중국산 후판 수입량이 급격히 많아진 이유는 국내 조선사들이 값싼 중국산 후판 수요를 늘리고 있어서다. 국산 후판 가격은 톤당 100만원에 육박하는 데 반해 중국산 후판은 톤당 80만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세계 1위 중국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후판 가격은 선박 제조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해 후판 가격이 오르면 조선사들이 만드는 선박의 가격도 높아진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선박 가격은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 지원 영향으로 한국보다 10~20% 저렴한데, 최근 후판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격이 더 떨어졌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수주하기 불리한 상황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철강사들의 후판 물량은 조선업계 호황에도 크게 늘지 않았다. 한국철강협회가 공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산된 조선 전용 후판의 물량은 216만8000t으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대형조선 3사(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동반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나온 후판 생산량은 뼈아프다. 수치상으론 883만4000t으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지만 2019년 952만4000t보다 줄었다. 국내 조선사들의 국산 후판 사용량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을 놓고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 인하로 쓴맛을 본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올해 수익 방어를 위해 상반기 가격 협상에서 인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중반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 연구위원은 “다른 철강제도 마찬가지겠지만 중국이 워낙 저가로 공세하고 있어서 국내 철강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으로 인해 국내 후판 시장 플레이어인 철강사와 조선사 양쪽 다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