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은 28일 발간한 기업분석 리포트 ‘불쑥 찾아온 단기 사이클’에서 HMM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1조4920억원에서 39.2% 늘어난 2조770억원으로 올렸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24일 2703.43p까지 오르며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다. SCFI는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선의 단기 운임을 반영한 것으로 국제 해상 운임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다.
최근 SCFI가 꾸준히 상승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건 홍해사태다. 지난해 11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상선을 공격하면서 선사들이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경로를 택하면서 운송 소요 기간은 전보다 7~10일 가량 늘었다. 그 결과 물동량이 줄고 해상운임은 올랐다.
해상운임 급등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해운·조선 전문 일간지 로이드 리스트는 “최근 컨테이너선 수요가 가용 선복량을 상회하면서 운임 급등이 지속되고 있다”며 “운임 급등의 주요 원인인 실질 공급 부족 현상은 올해 8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난 22일 전했다.
리포트 예측대로 HMM은 오는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HMM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6222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407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건 컨테이너 장기운송 계약 운임에 단기 운임 상승분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HMM의 이번 단기 호황을 마냥 좋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업계에선 홍해사태가 끝나 수에즈 운하가 정상화되면 컨테이너선 시황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SCFI 급등을 이례적 상황으로 보고 있다. 컨테이너 운반선 공급이 수요를 이미 뛰어넘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홍해사태로 단기 운임이 급등하면서 HMM이 다른 글로벌 선사들보다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것은 달리 보면 컨테이너 장기운송 계약(SC)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당장 내년부터 컨테이너선 시황이 안 좋아지면 실적도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HMM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4070억원, 영업이익률 17.5%를 기록하며 글로벌 선사 중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공시한 EBIT(이자와 세금을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를 기준으로 중국 선사 코스코(4위)와 일본 선사 ONE(7위)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7.5%, 5.8%였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2위)는 약 219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