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가사2부(김시철·김옥곤·이동현 부장판사)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에 대한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최 회장이 지급할 위자료와 재산 분할 액수로 각각 20억원과 1조3808억1700만원을 선고했다. 재산분할금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보고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분할 비율을 각각 65%, 35%로 정했다.
지난 2022년 12월 내려진 1심 판결에선 최 회장이 노 관장에 지급할 위자료로 1억원, 재산분할 액수로는 665억원을 선고했다.
앞선 1심 판결보다 액수가 크게 늘어난 데는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높게 본 게 결정적이었다. 특히 회사를 키우는데 6공화국 시절 노 관장의 부친이자 최 회장의 장인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도움이 있었다고 봤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SK그룹 성장 과정에 노 관장이 기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1심에선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본 SK㈜ 주식까지 포함시켰다.
재판부는 선경그룹(현 SK그룹)이 1991년 태평양증권(현 SK증권)을 인수할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현직이었고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 땐 퇴임 대통령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영향력 행사가 가능했다"고 봤다. 또한 6공화국(노태우 정부) 시절 조성된 비자금이 SK그룹에 흘러 들어간 정황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항소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듯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해 왔다"면서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지급할 위자료와 재산분할 금액이 예상을 뛰어넘자 항소심 재판부를 높은 수위로 비판한 것이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최태원 회장은 재판 기간 회사와 사회 구성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면서도 "이번 재판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하나하나 공개했다"며 "단 하나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향적으로 판단한 것은 심각한 사실 인정의 법리 오류이며 비공개 가사 재판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소심 판결에 대한 불복 의지도 밝혔다.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의 도움으로 SK그룹이 성장했다는 재판부 설명에 정면 반박했다. 6공화국 비자금이 SK그룹에 유입됐다거나 노전 대통령과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사돈 관계로 인해 SK가 태평양증권과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는 등 유·무형의 혜택이 있었다는 사실 등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최 회장 측은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화국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상고 입장을 밝히면서 노 관장과의 이혼 소송은 대법원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이 1조4000억원 가까운 재산을 노 관장에 나눠주기 위해서는 SK㈜를 비롯한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