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선 IBK기업은행지부 노조위원장 측은 보궐선거 상대 측이 비타민 선물을 돌리면서 금융노조 선관위에서 당선 무효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윤석구 KEB하나은행지부 노조위원장 측은 법원의 가처분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법정 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금융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재보궐선거는 오는 17일부터 3일간 실시된다. 앞서 박홍배 전 금융노조 위원장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지난 4월 22~24일까지 제27대 임원 보궐 선거를 진행했다.
노조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이 함께 출마하는 금융노조 선거에 기호 1번으로 김 위원장, 진창근(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 김재범(전 신용보증기금지부) 위원장이, 기호 2번으로 윤 위원장, 신동신(우리은행지부) 부위원장, 김명수(KB국민은행지부) 부위원장이 경선을 벌였다. 지난 4월 선거 결과 기호 2번 윤 위원장 측이 51.88%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윤 위원장 측에서 금품을 제공했고 사측이 선거에 개입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선거 운동 기간 중 윤 위원장이 하나은행 '전국 분회장 노동교육'에서 가정의 달 맞이 비타민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어 실제 조합원에게 30만원 상당의 비타민을 제공했고 은행 사측이 교육에 참석하는 것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선관위 측은 지난달 20일 회의를 열어 해당 이의 신청에 대해 심의했다. 선관위는 선거규정 제35조·제52조에 따라 '선거와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재산상의 이익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행위'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윤 위원장의 '당선 무효'를 결정했다.
이에 윤 후보 측은 선관위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선거운동 기간에 노동 교육이 있었고 노동 교육이 있는 상황에서 일상적·통상적인 조합 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윤 후보는 "선관위가 법무법인에 법률 자문한 결과 '통상적 노조 활동'이란 결과를 받았는데도 이를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류일상 총무기획 본부장은 "4월에 진행된 하나은행지부 분회장 노동교육은 연간 사업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23년 12월 이미 일정과 예산이 확정된 사안"이라며 "5월에 지급된 비타민 또한 24년 연초부터 협상해 온 1분기 노사협의에 따른 것으로 통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금품살포행위로 매도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음해이며, 조합원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선관위 결정에 납득할 수 없다며 지난달 21일 법원에 금융노조 선관위 결과와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현재 금융노조 집행부 사무실은 윤 위원장 측이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 측이 가처분 서류를 받지 못해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 위원장 측은 "채무자인 윤 위원장이 채권자를 김 위원장 측이 아닌 신동신 직무대행이라 설정하면서 법원에서 발송한 가처분 서류를 전달받지 못해 경찰에 신고해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사무실을 점거하고 있는 윤 위원장 측을 업무 방해로 고발하는 것에 대해 법적 검토 중이며 이번 주 중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양 측은 재선거 실시 전까지 누가 직무대행 권한을 갖는가에 대해서도 대립 중이다. 김 위원장 측은 선관위에서 금품 제공을 이유로 당선 무효를 결정했으니 당선 무효 이전의 직무대행(김형선) 체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위원장 측은 선거 무효이기 때문에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양쪽 모두 직무대행 권한이 없고 가처분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취재진에 "당선 무효에 따라 직무대행 권한은 보궐 선거 이전과 동일하게 회귀한다"며 "가처분 결과가 아직 나온 것이 아니어서 규정에 따라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인용·기각 등 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서 재선거를 추진하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노조는 지난달 31일 중앙위원회 회의 결과 금융노조 임원(보궐) 재선거를 오는 17일에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선거 규정에 따라 당선 무효를 결정한 사안이 확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새로운 집행부에 관한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