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경영권 분쟁으로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한미약품그룹이 분쟁을 마무리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오너 일가는 회사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최근 지분 매각과 경영권 이양을 통해 집안 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은 7월 초부터 재점화된 한미 형제와 모녀 간 경영권 갈등이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중심으로 일단락 됐다고 밝혔다.
신동국 회장은 지난 3일 송영숙 회장과 임현주 부회장의 지분 444만 4187주(지분율 6.5%)를 매수하고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전문경영인 체제로 재편'을 강조하며 임 형제와의 거리두기를 암시했다.
더불어 한미약품은 7일 북경한미가 장남 임종윤 이사의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에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해당 의혹은 임 이사가 홍콩에 설립한 코리그룹의 수익이 모두 북경한미를 통해 얻은 수익이라는 문제제기와 함께 불거졌다. 이렇게 내부 감사와 코리그룹이 엮이면서 업계에서는 한미약품 대표 자리를 코앞에 뒀던 임종윤 이사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박재현 한미약품 사장은 지난 5일 임원들에게 "한미약품 경영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위중한 사안으로 생각됐고, 감사위원회에서도 해당 내용의 심각성을 인지해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를 요청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일차적으로 확인하고, 필요시 추가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여기에 더해 신 회장과 손을 맞잡은 지 4일 만에 송영숙 회장은 경영일선 퇴진을 발표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송 회장은 발표문을 통해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과 주식매매 계약 체결로 도움을 준 신 회장에 감사하다"며 "이를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한미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신 회장의 경영 합류와 송 회장 퇴장으로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엇갈려 나왔다. "신 회장이 숨겨진 발톱을 드러냈다. 한미는 신 회장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라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신 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내세우는 것으로 보아, 뜬구름만 잡는 임 형제를 한미에서 털어버리고 제대로 된 경영을 계획 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신동국 회장과 임종윤 이사는 "한미약품그룹 가족 간 불협화음이 봉합됐다"며 경영권 분쟁 종식을 선언했다. 신 회장은 "회사를 위해 퇴진한 송 회장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두 형제와 함께 한미약품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경영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신 회장과 임 이사는 "과거 수직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위원회와 고문단 등 각계 전문경영인을 경험한 최고의 인력풀을 놓고 모든 주주들이 바라는 밸류업을 견제와 투명성, 스피드를 더해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데 필요한 인적자원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신동국 회장이 가족간 경영권 분쟁 중반기에 형제의 손을 들어줬지만, 오너일가의 불협화음이 지속되자 모녀와도 손을 잡고 분쟁 종료를 위한 최종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한미약품그룹은 오너일가가 아닌 신 회장이 키를 잡고 경영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임종윤 이사의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이나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자리보전 여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