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현대제철 부사장은 지난 25일 ‘2024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이 부동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철강 수요는 둔화되는 상황”이라며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미중 갈등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존재해서 전반적인 상황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현대제철은 올 2분기 영업이익 98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4651억원)보다 78.9%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률은 6.5%에서 0.9%로 급감했다. 현대제철은 건설 시황 둔화와 중국산 저가 제품의 시장 유입으로 제품 판매량이 떨어진 걸 이유로 꼽았다. 제품 판매량은 올 2분기 439만4000t으로 전년 동기(489만7000t) 대비 10% 넘게 떨어졌다.
현대제철 뿐 아니라 다른 국내 철강사들의 2분기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포스콜홀딩스의 올 2분기 영업이익(7520억원)이 지난해(1조3260억원) 대비 43% 줄어든 가운데 철강 부문을 담당하는 포스코 역시 영업이익 41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8410억원) 동기보다 50.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2%에서 4.5%로 줄었다. 포스코홀딩스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철강 사업이 악화되면서 영업이익도 끌어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동국제강도 영업이익 4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639억원) 대비 75.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2.9%에서 4.3%로 줄었다. 건설 경기 악화에도 계절적 요인으로 1분기 대비 2분기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조선업 호황에도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 영향으로 후판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업계 실적 악화는 철강 생산량 감소로 드러났다. 한국철강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조강생산량 2638만7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축소됐다. 특히 지난 4·5월 조강생산량이 전년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전기로 조강생산량은 전년 대비 12.9% 감소한 가운데 지난 4·5월 각각 18.7%, 21.9%로 대폭 감소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천문학적 비용 문제로 불이 꺼지면 안 되는 고로와 달리 전기로는 휴·가동이 비교적 자유롭다”며 “전기로 운영 회사의 경우 철강 시황 침체기에 비교적 유동적으로 운용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도 현재 진행 중인 철근 생산량 감산 정책 기조를 하반기에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한동안 철근 유통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한계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며 “국내 제강사들이 도저히 제품 생산 및 판매를 할 수 없는 가격 수준으로까지 하락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