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유환의 에너지 이야기] 139년째 끝나지 않은 '전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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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환 기자
2024-08-18 06:00:00

에디슨과 테슬라가 벌인 전류전쟁

테슬라의 교류 승리에도 끝나지 않은 전쟁

최근 AI 등 전력사용량 늘며 직류 주목 받아

고압선이 지나가는 송전탑이 늘어선 모습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압선이 지나가는 송전탑이 늘어선 모습[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믹데일리] 1885년 시작된 '전류전쟁'은 교류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끝난 줄 알았던 이 전쟁이 2024년 현재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승자였던 교류와 패자였던 직류의 위치가 뒤바뀌고 있다.

1880년대 미국에선 천재로 불리던 두 과학자가 맞대결을 펼쳤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과 이제는 자동차 브랜드로 유명한 니콜라 테슬라가 그 주인공이다.

1879년 백열전구를 상용화한 에디슨은 다음 사업으로 전력 시장을 노렸다. 전구를 설치한 가정이 늘면 전력 사용량도 커질 테니, 두 시장을 함께 공략하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더군다나 당시 미국엔 전류 표준이 없던 상황이라 미국 에너지 시장을 장악할 기회이기도 했다.

에디슨은 전력 공급 방식으로 110볼트(V) 직류를 택했다. 직류는 전압이 일직선을 그리는 전류를 말한다. 전류 흐름이 안정적이지만 변압이 어렵고, 장거리 송전을 할 때면 전력 손실량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에디슨은 곳곳에 발전기를 설치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때 에디슨이 세운 '에디슨 컴퍼니' 프랑스 파리 지사에 입사한 테슬라는 다른 생각을 했다. 물결 모양 파형을 그리는 교류를 사용하면 고압으로 멀리까지 보낼 수 있고 현지 변압기를 거쳐 전압을 가정용으로 낮출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테슬라는 송전 방식으로 교류를 제안했으나 이미 직류에 투자한 에디슨은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테슬라가 회사에서 나가 웨스팅하우스와 교류 전력 회사를 세우자, 에디슨은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방해했다. 코끼리를 교류로 감전사시키거나, 교류를 사용하는 사형 집행 의자를 만들었다. 교류의 위험성을 부각해 직류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마케팅을 활용한 셈이다.

그러나 승자는 교류였다. 변압기만 있으면 장거리 송전이 가능한 교류는 여러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 직류보다 절반 이상 저렴했다. 테슬라를 지원하던 웨스팅하우스는 연이어 전기 사업권을 따내며 세계 최대 전력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류전쟁이 교류의 완승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최근엔 상황이 바뀌었다. 인공지능(AI)과 전기차 등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며 교류 송전에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교류는 파형을 그리기 때문에 전압 한계치가 직류보다 낮다.

반면 직류는 일정한 흐름으로 전압 한계치가 높은 데다, 변압의 어려움까지 기술 발전으로 극복하면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송전 손실률도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이 발명되며 크게 줄었다. 이처럼 기술 발전에 따른 전류전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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