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9일 "머스크의 대형 선박이 부산항을 들르지 않을 가능성이 실제로 존재한다. 현재는 그 물량이 많지 않지만 MSC 같은 대형 선사가 정시성을 지키기 위해 부산항을 찾지 않는다고 하면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며 “대형 선박이 부산을 허브항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제미나이 동맹은 전 세계 주요 항로 중 하나인 유럽~아시아 항로에서 한국 부산항과 일본, 대만 등을 주요 항구(기항지)에서 제외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신 유럽~아시아 항로의 아시아 지역 허브항으로 중국 상해 양산항과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항을 선정했다. 이로써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가 직접 운항하는 대형 선박(모선)들은 더 이상 부산항에 오지 않는 것으로 확정됐다.
머스크가 세계 1위 선사 MSC와 이루던 ‘2M 동맹’을 깨고 하파그로이드와 제미나이 동맹을 구성한 주된 이유는 ‘정시성’ 강화다. 제미나이 동맹은 현재 50~70%에 머물고 있는 정시성을 9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시성은 선박이 예정된 시간에 정확히 출발하고 도착한다는 의미다. 물류에선 신뢰성과 효율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꼽힌다.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의 대형 선박들이 더 이상 부산항에 들르지 않겠다고 한 이유도 정시성 때문이다. 제미나이 동맹은 탄중 펠레파스항에서 유럽까지 가는 대형선 운항 기간을 기존 46일에서 30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산항 등 동아시아 항구들을 기항지에서 제외시켰다. 대형선이 부산에서 탄중 펠레파스로 가는 데 약 16일 걸렸었다.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의 부산항 패싱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부산항이 환적 허브항으로서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가운데 부산항만공사는 “유럽 노선의 환적 물동량 이탈은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가 처리하는 1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하일 것으로 보인다”는 말로 일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미나이 동맹을 구성하는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 뿐 아니라 다른 대형 선사들도 부산항을 기항지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도 "부산항은 아시아~유럽 간 물류의 중심지로, 매년 수백만TEU의 화물을 처리하는 아시아 최대 환적항 중 하나인데, 해운 동맹 재편 과정에서 부산항이 주요 선사들의 패싱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머스크 같은 대형 선사들이 부산항에 들르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산항 역할이 축소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