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는 29일 '전기차 화재 예방 안전 종합대책'을 공개했다. 대책에는 전기차 급속충전기 충전율 90%로 제한하는 것과 지하 완속충전기의 지상 이전 지원책 등이 담겼다. 정부는 다음 달 중으로 배터리 안전 인증제도와 전기차 화재 대응책을 담은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완성차·배터리업계에서도 여러 안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지난 15일 올해 말까지 '배터리 이상징후 알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 밝혔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1일 자체적인 안전진단 서비스를 소개하며, 안전진단 소프트웨어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민·관의 관심이 모이는 상황에서, 배터리 업계가 추구하는 배터리 개발 방향이 가격에서 안전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동안 관련 업계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저렴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에너지 밀도는 배터리의 부피나 무게당 얼마나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느냐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하이니켈 배터리'의 경우 에너지를 저장하는 니켈 함량을 늘리면서, 동시에 안전성을 책임지는 코발트 함량을 낮춘 제품이다. 코발트는 배터리에서 가장 비싼 소재로 니켈보다 약 30% 비싸다.
덕분에 전기차 주행거리를 600㎞ 이상 뽑아내는 고성능 배터리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격에서 안전으로 무게추가 넘어간다면 하이니켈보다 '하이코발트'가 각광받을 수 있을 걸로 보인다.
배터리 내부 소재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는 통상 동급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300~500㎏가량 무거워 배터리 커버·케이스나 모듈과 모듈 사이를 분리하는 패드에 주로 가벼운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그간 기술·가격 문제로 일반 플라스틱을 썼으나, 1000℃ 이상으로 오르는 배터리 화재 상황에서 안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었다. 이에 최근엔 1500℃ 이상에서 20분 이상 견딜 수 있는 '특수 난연 열가소성 연속섬유 복합 소재' 등 첨단 플라스틱을 배터리 내부 소재에 적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선 안전성의 중요도가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균형점을 맞추는 게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싼 배터리보다 안전한 배터리가 떠오르는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며 "다만 안전성을 위해 배터리 가격이 상승하면 전기차 보급률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과 안전성 사이에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