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9일(현지시간) 공개한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 16에는 자체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새롭게 탑재됐다. 이를 위해 애플은 자체 개발한 최신 칩인 A18과 A18 프로를 장착했다. 이 칩은 전작 대비 최대 2배 빠른 속도로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할 수 있고 전력 효율도 30% 높일 수 있다.
시장에선 애플이 이 기능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AI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걸 두고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AI 기능을 적용한 갤럭시 S24 시리즈로 성공을 거둔 것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오랜 기간 자사의 생태계를 중심으로 기술 혁신을 이끌어왔지만, AI폰 시장에서는 삼성이 먼저 시장을 열었고 그 성공에 자극을 받은 애플이 뒤따르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애플 인텔리전스는 빠르면 2026년에야 한국어 버전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삼성전자가 AI폰에서 국가나 언어의 제한을 두지 않는 접근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국가에서 갤럭시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과는 대조된다. AI 기능에서의 글로벌 대응 속도에서도 삼성이 한발 앞서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AI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선제적 움직임을 통해 퍼스트 무버로서의 위상을 확립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디자인이나 성능 측면에서 삼성이 애플의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는 후발주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27가지 법칙'이라는 책에는 "패스트팔로워가 아닌 퍼스트무버가 되라"는 말이 적혀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AI폰 시대에 들어서면서 두 기업 간의 경쟁 구도는 '추격과 선도'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더 이상 삼성이 애플을 단순히 따라가는 '추격자'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삼성과 애플의 경쟁은 더욱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