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만들 수 있는 업체다. 노광장비는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장비로, 첨단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그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인 EUV 노광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ASML의 수주 실적이 첨단 반도체 수요에 대한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이유다.
ASML은 또 내년 매출로 300억~350억 유로(약 44조4700억~51조8800억원)를 거둘 걸로 전망했다. 이는 ASML이 지난달 밝힌 내년 목표치 400억 유로(약 59조2900억원)와 시장 컨센서스 358억 유로(약 53조600억원)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와 같은 어닝쇼크에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 ASML 주가는 16.3% 폭락했다.
슈퍼 을의 추락은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ASML의 주요 고객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업체인데, ASML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건 곧 두 회사의 설비 투자가 느려졌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1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2.46%, 2.18% 하락 마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 따른 어닝쇼크가 겹치며 지난 10일 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주당 5만원 선으로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