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한국의 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을 앞세워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중동 국가들은 산업 다각화와 디지털 전환을 위해 관련 인프라 구축과 기술 협력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대규모 합작 프로젝트와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대표 IT 플랫폼 기업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총괄 법인을 설립해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지난 9월 리야드에서 열린 글로벌 AI 서밋에서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아랍어 기반의 거대언어모델(LLM) 개발과 데이터센터 운영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사우디 내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과 소버린(Sovereign) AI 기술 협력을 추진하며 현지에서 B2B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사우디와의 협력은 팀네이버 기술을 중동에 도입할 중요한 기회"라며 "디지털 트윈과 AI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로 사우디와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중견 IT 기업과 스타트업들도 중동의 디지털 전환에 발맞추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메가존클라우드, 업스테이지, 뤼튼테크놀로지스와 함께 사우디 석유기업 아람코 본사를 방문하여 AI 및 클라우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메가존클라우드는 아람코와 AI 클라우드 분야의 연구 및 운용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KOSA 관계자는 "사우디가 한국의 기술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한국 기업들이 사우디의 첨단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아람코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스타트업들과도 협력을 확대하며 사우디의 디지털 혁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우디는 탈석유 경제를 목표로 하는 '비전 2030'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을 중점 협력국으로 지정하고 IT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맞춰 한국 사이버보안 기업들도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해 중동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안랩은 최근 사우디 사이버 보안기업 사이트(SITE)와 합작법인 ‘라킨(Rakeen)’을 설립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중동 부국들이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첨단 기술 기반의 경제로 전환하려는 가운데 한국 IT 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사우디와 UAE의 디지털 혁신 정책이 가속화되면서 인공지능과 사이버 보안 기술을 앞세운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와 UAE는 한국이 가진 AI와 보안 기술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가격을 무기로 중동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