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측은 새로운 안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하지만, 엇갈린 시장 반응에 사업 재편 과정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시장에선 두산 측이 대주주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는 지적을 수용해 적절한 절충안을 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합병 비율 산정 방식이 여전히 금융감독원이 요구한 방식과 다른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미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는 새로운 정정안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소송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량 기업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길 이유가 없다고 봐서다.
하창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연대 대표는 28일 “두산 측은 합병 비율을 1대0.031에서 1대0.043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주장하지만 주주를 속이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대응”이라며 “인적분할로 두산에너빌리티의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는 떨어졌고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비판했다.
지난 24일 주주연대는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트럭시위를 진행하며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을 불공정한 분할 합병으로 규정하고 이복현 금감원장에 두산그룹이 제출한 정정 신고서를 반려할 것을 요청했다.
주주연대가 고려 중인 건 주주대표소송이다. 주주대표소송은 기업의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나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회사 경영진이 회사에 손해를 입혔거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발행주식 총수의 0.01% 이상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이 같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연대 구성원은 3500여명으로 지분 약 1.6%를 보유하고 있다.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김광중 변호사는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 두산밥캣을 넘길 이유가 없다. 두산밥캣을 다른 회사에 팔 경우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가 얻는 금액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사로서 해야 할 충실 의무인데 현재는 손해 보는 거래를 끝까지 하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두산 측이 정정안에 대안이라며 내놓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두고도 전문가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회계상 순자산 장부금액 기준으로 책정한 기존 두산밥캣 분할 비율을 시가 기준으로 바꾸고, 시가만 적용했던 신설 투자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한 결과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논란이 된 두산밥캣 가치를 높게 쳐줬다는 게 두산 측 설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정정 신고서에 미래 수익에 기반한 가치 평가 대신 경영권 프리미엄을 선택한 이유를 담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래 매출이나 영업이익 추정 등을 포함한 많은 가정이 적용되며 이러한 가정이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박상혁 두산에너빌리티 사장도 정정 신고서를 제출한 날 기자간담회에서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분할합병 비율을 변경했다"며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은 과거 10년간 시장 거래사례와 인수·합병 프리미엄 평균치를 참고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의 설명에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금융감독원이 지적한 사안들을 정정 신고서에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욕을 많이 먹어서인지 정정 신고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잘 썼다”며 “금감원은 합병 비율의 공정함을 따지는 게 아니라 규정을 잘 지켰느냐를 살피는 만큼 새로운 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경영권 프리미엄 자체가 편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금감원이 요구한 방식과 다르게 두산밥캣 가치를 산정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8월 현금흐름할인법 등과 같이 미래 수익에 기반해 두산밥캣의 가치를 산출하도록 정정 요구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사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완전 잘못된 방식이다. 지배주주 주식에만 프리미엄을 얹어 가격을 올려줌으로써 시장을 왜곡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해 합병 비율을 결정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건 향후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할 때 밥캣 가치를 낮게 평가하기 위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