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조원 규모의 구축함 사업을 둘러싼 분쟁은 사업자 선정 직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이 최종적으로 한 곳을 선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KDDX 사업은 7조8000억원 규모의 대형 방산 프로젝트다. 2012년 한화오션이 개념 설계를 진행했고 이후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기본 설계를 맡았다. 현재는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앞두고 있다.
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례적으로 두 업체가 KDXX 사업 참여 자격을 얻으면서 경쟁 구도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산업부가 KDDX 생산 능력을 갖춘 방산 업체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회사를 지정하면서부터다.
이러한 가운데 방사청이 최종적으로 두 기업 중 한 곳을 선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석종건 방사청장은 지난해 11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 "복수 방산업체 지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기본 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 설계를 맡는 것이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관리에 효율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양사의 갈등은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서부터 시작한다. 지난 2023년 11월 대법원은 HD현대중공업 직원의 군사기밀 유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를 근거로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자격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방사청은 "대표나 임원의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자격을 유지했다.
이후 한화오션은 지난해 3월 경찰에 임원 개입 여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응해 HD현대중공업은 5월 명예훼손 혐의로 한화오션을 고소했다. 같은 해 11월 양측의 법적 분쟁은 무혐의 처분 및 고소 취하로 일단락됐지만 갈등은 계속됐다. 당시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관련 법적 의혹이 해소된 만큼 원칙대로 방위사업 법령의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양사가 KDDX 사업을 둘러싸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의 관례대로 상세 설계 및 초도함 건조를 자사가 맡고 나머지 5척의 후속함을 두 업체가 나누어 수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경쟁 입찰을 통해 상세 설계 사업자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위청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석 청장은 직접 "함정 뿐만 아니라 거기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전투 체계, 무장, 소나 체계 등을 개발해 통합을 해야 되는데,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했을 때 리스크가 줄고 사업 관리를 하는 데에도 효율적일 수 있다"면서도 "HD현대중공업의 도덕적 이슈가 있기 때문에 국민 정서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방산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의 경우 규모가 큰 만큼 기술력과 사업 관리 능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종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방사청이 어느 요소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승자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