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업계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코아 주요 거래 시장인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코코아 재고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의 런던 시장에서 가용할 수 있는 코코아 재고는 1년 전만 해도 10만t을 넘었지만 최근 몇 달은 2만1000t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원자재 중개회사 마렉스의 조너선 파크먼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작은 규모”라면서 “뉴욕 ‘독립 인허가 창고’들의 총재고도 9만t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창고에 비축하는 코코아 재고는 선물(futures) 계약이 이뤄진 원자재들이다. 코코아 구매자와 판매자는 특정한 날짜에 특정한 가격으로 코코아를 거래하는 선물 계약을 체결하고 창고에는 계약이 체결된 원두를 보관한다.
코코아 소유주들은 선물 계약 이행을 위해 비교적 인기가 없는 카메룬·나이지리아산 여유분을 거래소 창고에 보관해왔는데, 코코아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이런 물량도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코코아 가격 상승으로 원가 압박을 받아온 초콜릿 제조업계는 코코아 재고량까지 감소하자 이중고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코코아 가격은 주산지인 코트디부아르·가나 등의 흉작으로 2023년부터 약 3배 상승해 작년 12월 5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는데, 최근에는 고점 대비 20% 가까이 가격이 내렸지만 물량 확보 우려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에 업체들은 초콜릿 제품 용량을 줄이거나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또 코코아 함량을 줄이거나 합성 초콜릿 등 대체재도 찾아 나서고 있다.
코코아 원물을 수입해 가공하고 있는 롯데웰푸드도 원료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와 아프리카 가나를 직접 찾은 만큼 코코아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힘쓰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대표 초콜릿 제품인 가나 초콜릿은 가나에서 코코아를 수입해 만든다.
치솟는 초콜릿 제품 원료값도 고민이다. 지난해 4분기 카카오(코코아류) 등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 및 통상임금 판결로 인해 19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롯데웰푸드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실적 방어에 나섰다. 이날부터 초코 빼빼로를 200원 올린 2000원에 판매하는 등 26종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코코아 및 유지류 등의 원재료비와 인건비 등 가공 비용도 오른 상황인데다 고환율이 겹쳐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수입선 다변화, 내부 비용 절감 등 경영 효율화를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