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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하나증권의 거짓말'…커지는 홈플러스 전단채 '불완전판매' 의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광미 기자·김은서 수습기자
2025-03-14 17:21:19

"PB, 홈플러스·MBK 망하지 않을 것이라 설득"

위험성 안내 미비…직원조차 위험성 인지 못해

14일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발행 규탄 기자회견

"불완전 판매 인정 시 조정 거쳐 보상 확정될 듯"

17일 국회서 전단채 비대위 피해 사례 공유 예정

이의환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발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은서 수습기자
이의환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발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은서 수습기자]
[이코노믹데일리] #1.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올해 1월 말 남편과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 법인 자금에서 하나증권이 판매하는 홈플러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에 5억원,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 유동화증권에 6억원을 투자했다. 전단채 이자율은 5.5~5.7%로 만기 3개월 단기 채권이다.

압구정 지점 한 프라이빗뱅커(PB)와 4년간 거래한 A씨는 PB가 동일한 상품을 2개로 나눠 투자하는 정말 안전한 상품이라고 자부하는 말을 듣고 투자했다. 담당 PB는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이 망하면 국내 시중은행들도 망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에 믿고 구매해라"고 자부했다. 

A씨가 PB에 전단채 위험성을 물었을 때 그는 "제가 언제 위험한 것을 권유하겠냐"며 위험한 상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채권이 개인이나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나 위험성 고지는 전혀 없었다. 두 상품 중 한 상품만 홈플러스에 투자한다고 설명했고 다른 상품에는 홈플러스 관련 언급이 없었다. A씨는 다음 달 15일 만기가 도래하지만 원금 11억원 전액을 날릴 위기다.
 
홈플러스가 법원에 기업회생 개시를 신청했던 지난 4일에도 하나증권 측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답답함에 직접 지점에 방문했지만 담당 PB는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고 이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A씨는 "애 키우면서 학원비와 돈 아끼고 모아서 번 돈인데 주식도 아니고, 원금 전액 손실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10년 동안 일한 게 헛수고가 되는 것이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가 망하는 것처럼 우리 법인, 직원들도 함께 무너지는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2. B씨는 서울 모 지점에서 지난 1월 홈플러스 카드 대금에 투자하고 롯데카드와 현대카드가 대납해 안전하다는 설명을 듣고 하나증권 단기채권에 투자했다.

무엇보다 "은행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이자율로 고위험 상품이 아니라며 3개월 뒤 회수할 수 있다"는 말에 안심하고 투자했다.

B씨도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상당한 금액의 원금 전액 손실 위기에 처했다.

#3. 지난해 초부터 하나은행에 정기예금을 넣고 있던 C씨는 은행 직원으로부터 하나증권에 가면 더 다양하고 수익성이 좋은 상품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지방 모 지점 하나증권을 방문했다. C씨는 증권사를 통한 투자가 처음이어서 하나증권 PB에게 위험성 있는 상품을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고, 해당 PB가 안전한 상품이라며 만기 3개월 전단채를 추천해 이 상품에 투자하게 됐다. 

C씨에게 투자를 권한 PB는 "홈플러스는 삼성그룹의 계열사이고 현대카드, 롯데카드가 포함돼 있어 이 회사들이 무너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C씨에 따르면 가입 당시 홈플러스의 재무제표나 재무 상황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C씨는 3번 연장 후 올해 1월 재가입했다. 다시 가입하는 과정에서도 위험성에 대한 추가 고지가 없었고 만기로 인한 연장 의사만 물었다. C씨의 피해 금액은 7억원으로 예상된다.


기자가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발행 규탄 기자회견' 참석 차 모인 투자자들을 만나면서 해당 전단채에 투자한 고객들 가운데 유독 하나증권을 통한 불완전판매가 많은 사례들을 확인했다. 하나은행이 하나증권을 연결해 접한 사례도 접했다.

또 일부 하나증권 직원과 가족들도 해당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몇몇 PB는 투자 고객에 자신들도 피해자라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투자자는 "판매 직원 자신도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확인 없이 상품을 판매했고, 위험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회사 자체가 문제이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유동화증권과 단기물 규모는 현재까지 6000억원으로 △카드대금 기초 ABSTB 4019억원 △기업어음·전단채 1880억원으로 알려졌다.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규모는 최소 4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해당 상품 관련 안내문을 고객들에게 전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고객에 투자 위험성 고지는 충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미 유동화 전단채로 발행이 됐기 때문에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불완전판매로 인정될 경우 조정 절차에 따라 피해자 보상 규모도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발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의환 비대위 상황실장은 "연락이 닿은 피해자들이 약 60명이며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채권이 있어 자신이 피해를 입었는지도 모르는 피해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홈플러스는 증권사가 해당 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입장을 취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비대위는 지난 12일 첫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회를 확대했다. 비대위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등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피해자 사례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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