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오션은 17일 세계 최대 해운사 중 하나인 대만의 에버그린으로부터 2만4000TEU급 LNG 이중연료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이번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길이 400m, 너비 61.5m에 달하며 2만4000개의 컨테이너를 한꺼번에 운송할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이다. 특히 LNG 이중연료추진 엔진, 축발전기모터시스템(SGM), 공기윤활시스템(ALS) 등 한화오션의 최신 친환경 기술이 적용돼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에버그린과 첫 협력을 맺으며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며 “에버그린이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에도 신조 선박 발주 계획을 가지고 있어 이번 첫 계약을 시작으로 장기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에버그린의 이번 선택이 글로벌 선박 공급망에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보고 있다. 에버그린은 지금까지 주로 중국 조선소와 계약을 맺어왔지만 이번에는 한국의 한화오션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우선 중국 조선소가 LNG 이중연료 추진 기술을 포함한 친환경 선박 건조 역량에서 한국 조선업계에 비해 여전히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계약은 한화오션이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기회로 평가된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LNG 관련 기술을 축적해 왔고 한화그룹 인수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특히 LNG 이중연료 추진 기술은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며, 한국 조선 3사가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에버그린의 이번 선택이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미·중 갈등 속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에버그린은 유럽과 미국을 주요 운항 구역으로 삼고 있는 글로벌 선사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중국과의 경제적·기술적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진하며 대만 기업에도 일정 부분 압박을 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에버그린이 중국 조선소를 배제하고 한국을 선택한 것은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을 안정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조선소들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