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대8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서로 주고받은 극한의 관세율의 ‘현재 스코어’다. 지금 세계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우방에게까지 관세 강펀치를 먹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외적으론 차분하게 응수하는 시 주석 간 대결이 어떻게 끝날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을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하며 당일 10% 기본 관세와 별도로 각국 대상 상호관세 발표를 예고, 무역 좀 한다는 각국 정상과 무역 관계자들이 머리를 싸매게 만들었다.
먼저 미국 주식시장이 격한 반응을 나타냈다. 상호관세 계획 발표 뒤 미 주식시장은 5년 만에 가장 큰 나흘간의 매도세를 보였다. 이 혼란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역사적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힘든 조정 기간을 견디라 당부했다.
이어 지난 8일 백악관의 로즈가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형 패널을 흔들며 대미 흑자가 많은 국가들을 ‘불량국가’로 지목해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고 9일 0시부터 발효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역시 ‘불량국가’로 분류돼 25% 관세가 부과됐다.
막상 상호관세가 발효되자 미국 증시가 비명횡사할 지경으로 급락했다. 결국 12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90일 유예 발표를 하며 한발 물러섰다. 유일하게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중국만 빼고.
11일 밤에는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를 비롯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메모리칩 등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 제외 품목으로 발표했다. 다가오는 중간 선거를 의식한 공화당 내 반발과 손에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달고 사는 미국인들의 고조되는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라고 해서 지금 상황이 결코 편치 않다. 지난 10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부채 증가로 인해 중국 내 다수 국유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춘 데 이어진 조치다.
중국에서는 미국처럼 거리 시위가 벌어지진 않겠지만 경제 침체에 놓이면 당 엘리트와 고위 관료들이 그의 권력에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다. 기존 정책에 불만이 높아질 경우 고위 관료들이 서로 결속해 다른 지도자로 교체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화궈펑(華國鋒) 전 당 주석이 그랬다.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후 당 주석을 맡았던 그는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밀려났다. 덩샤오핑이 공표한 화궈펑 축출 이유는 ‘중국 경제가 붕괴 직전’이란 설명이었다.
시 주석이 밖으로는 관세 전쟁을 멈추고 안으로는 권력 유지 방안으로 모색되는 유력한 안이 ‘대만 침공’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 공화당 내에서는 중국이 2027년 대만을 침공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중국이 대만 주변에 배치하는 전력 증가는 이러한 우려를 한층 높이고 있다.
지구가 다시금 거대한 티라노사우르스와 같은 육식 공룡의 싸움 속에 온순한 초식 공룡들이 희생되는 시대로 되돌아가선 안 되지 않는가. 전후 폐허에서 수출로 부국을 이뤘고 대만 상황과 '도미노적'으로 연결돼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두 티라노사우르스 간 싸움이 평화롭게 종식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