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한국산업은행 신임 회장으로 박상진 전 산은 준법감시인을 임명 제청했다. 박 내정자는 1990년 산업은행에 입행한 뒤 35년간 근무한 산은 맨으로 준법감시인을 역임하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향후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이번 발탁이 화제가 된 것은 박 내정자가 산은 출범 후 71년 만의 첫 내부 출신이라는 점과 더불어, 이재명 대통령과 중앙대 법학과 동기(82학번)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 내정자는 과거 이 대통령과 고시반에서 함께 공부했을 정도로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내정자는 고시를 포기하고 1990년 산은에 입행했다.
또한 박 내정자가 KB금융을 이끄는 양종희 회장과도 학연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업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전주고 동문(1980년 졸업)이자 막역한 사이로, 지역 모임과 동창회를 중심으로 한 '전주 인맥 네트워크'가 금융권 곳곳에 형성돼 있다고 전해진다.
이를 기반한 국책은행과 민간 금융사 간 협업이 강화되면서 정책금융과 시장금융 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 생태계 확장과 기업 지원 확대 등을 위해 근래 은행들 사이에선 경쟁보다 전략적 협업이 추세가 되면서다.
아울러 박 내정자는 산은에서 약 30년간 재직하며 잔뼈가 굵은 구조조정 전문가다. 기아그룹·대우중공업 태스크포스(TF)팀과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기업 구조조정 경험이 풍부한 데다, 금융법에도 정통한 인물이다.
금융당국 역시 박 내정자를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 등 금융정책에 맞춰, 산은의 당면과제인 첨단전략산업 지원 등 정책금융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새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재편·정책금융 방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 역시 높은 상황이다. 산업 구조조정과 정책금융 집행 속도 면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신속성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결국 이번 인사는 정권과 금융권의 협력 강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선 대통령과의 인연이 인사 배경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정권 코드 인사 논란이 불가피하단 목소리도 제기된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 아니냐'는 지적처럼, 지나친 친분이 때로는 편향적 의사결정이나 봐주기식 행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금융사 경영진이 정권과 밀접한 관계에 놓이면, 외부 압력과 정치적 영향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학연 및 인맥 중심 인사가 금융사의 경영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학연과 인맥에 기대는 모습이 반복될 경우 금융권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명성과 책임 경영이 새 리더십의 최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정권과 금융권 협력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금융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려면, 제도적 보완과 적절한 외부 감시 체계가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