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창업 5년 만에 글로벌 자본시장의 ‘선택’을 받으며 ‘NPU(신경망처리장치) 제왕’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영국 반도체 설계의 거인 Arm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리벨리온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자금 유치를 넘어 리벨리온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편입됐음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리벨리온은 30일 약 34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라운드로 누적 투자금은 6400억원 기업가치는 약 2조원에 달하며 불과 1년 반 만에 기업가치를 두 배 이상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 Arm의 동맹, 단순 투자를 넘어서
이번 투자의 핵심은 단연 Arm의 참여다. Arm은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자사의 미래 AI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갈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섰다. 이는 리벨리온의 기술력이 Arm의 장기 로드맵에 필수적임을 인정한 것으로 양사는 향후 고성능·저전력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긴밀한 기술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투자에는 Arm 외에도 삼성벤처투자·삼성증권, 대만의 페가트론, 주성엔지니어링 등 글로벌 IT 제조·금융 자본이 대거 합류했다. 이는 리벨리온의 기술력이 연구실 단계를 넘어 실제 양산과 시장 확대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신성규 리벨리온 CFO는 “K-스타트업의 잠재력과 대한민국 AI 반도체 역량을 믿어주신 투자자들께 감사드린다”며 “이번 펀딩은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수준의 AI 반도체 기업을 키워낼 저력을 입증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 ‘리벨쿼드’와 ‘리벨아이오’…기술로 증명한 가치
글로벌 자본이 리벨리온에 베팅한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독보적인 기술력이다. 리벨리온의 주력 제품 ‘리벨쿼드(REBEL-Quad)’는 4개의 NPU와 HBM3 메모리 4개를 하나로 묶은 데이터센터급 AI 칩이다. 지난 8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세계적인 반도체 학술행사 ‘핫칩스(Hot Chips) 2025’에서 처음 공개된 이 칩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최첨단 4나노 공정으로 제작되며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여기에 리벨리온의 진정한 ‘비밀 병기’로 꼽히는 차세대 제품 ‘리벨아이오(REBEL-IO)’가 있다. 이는 여러 AI 칩을 연결할 때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통신 전용 칩렛(Chiplet)이다. 기존에는 CPU를 거쳐야 했던 데이터 전송을 칩과 카드 간 직접 고속 통신으로 대체해 속도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리벨쿼드’의 연산 능력과 ‘리벨아이오’의 통신 효율이 결합될 때 엔비디아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 피지컬 AI 시대의 주역을 꿈꾸다
리벨리온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리벨쿼드’ 양산과 ‘리벨아이오’를 포함한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높이는 한편 아태 지역과 미국·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리벨리온은 최근 정부 주도로 출범한 ‘피지컬 AI 글로벌 얼라이언스’와 맞물려 자율주행, 로봇 등 ‘움직이는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공급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신성규 CFO는 “리벨리온은 이번 투자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무대에서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K-반도체 스타트업의 ‘반란(Rebellion)’이 글로벌 AI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