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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두나무 품는다…'역인수' 방식, 송치형은 왜 '엑시트' 아닌 '결합' 택했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선재관 기자
2025-10-02 06:00:00

네이버-두나무 빅딜, 단순 M&A 넘어 '리더십 승계'인가

'역인수' 구조로 20조 규모 '금융 슈퍼앱' 탄생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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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데일리]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 지형을 뒤흔들 ‘랜드마크 딜’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네이버가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인수합병을 넘어 네이버의 금융 사업 재편과 차세대 리더십 구축이라는 거대한 전략이 맞물린 복잡한 방정식이다. 표면적으로는 ‘네이버의 두나무 인수’지만 그 실질은 두나무 경영진이 네이버 금융 제국의 키를 쥐게 되는 ‘역인수(Reverse Merger)’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포괄적 주식교환’…역인수의 메커니즘

이번 거래의 핵심은 현금 거래가 아닌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이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100%와 맞교환하는 형태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두나무 약 15조원, 네이버파이낸셜 약 5조원 수준이다. 약 3:1에 달하는 이 가치 차이를 반영해 주식 교환이 이뤄질 경우 통합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분 구조는 극적으로 재편된다.

두나무 창업자인 송치형 의장은 단숨에 통합 법인의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며 기존 최대주주였던 네이버의 지분율은 2대 주주 수준으로 희석된다. 형식상 지배구조는 ‘네이버 → 네이버파이낸셜 → 두나무’로 이어지지만 실질적인 경영권은 송 의장을 비롯한 두나무 경영진에게 넘어가는 구조다.

이 거대한 결합은 양사가 처한 상황과 미래 비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필연적인 결과다.

네이버는 검색, 커머스 등 내수 시장 중심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네이버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연간 1조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 창출력을 단번에 확보하게 된다. 이는 향후 네이버가 추진할 인공지능(AI) 및 글로벌 신사업에 필요한 ‘실탄’을 제공해 줄 것이다.

두나무 역시 명확한 한계에 부딪혀 있었다. 변동성 큰 거래 수수료에 편중된 수익 구조와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 국내의 엄격한 규제 환경은 신사업 확장에 큰 제약이었다. 네이버와의 결합은 이러한 규제 리스크를 해소하고 3000만명이 넘는 네이버페이 이용자 기반을 통해 웹3 서비스를 대중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해준다.

양사 결합이 가져올 가장 즉각적인 시너지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업비트가 유통을 담당하며 네이버페이가 실사용처를 제공하는 완벽한 수직 계열화가 가능해진다.

◆ ‘넥스트 이해진’은 송치형?…새로운 승계 패러다임

이번 거래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대한민국 테크 대기업의 리더십 승계 방식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는 점이다. 개인 지분율이 낮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혈연 승계 대신 외부의 검증된 창업가인 송치형 의장을 차세대 리더로 영입하려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물론 송 의장의 행보를 단순 ‘엑시트(Exit)’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과거 두나무의 나스닥 상장 추진설 등에서 그의 엑시트 의지가 여러 차례 거론됐기 때문이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제재로 두나무의 상장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송 회장이 걱정했다는 얘기도 있었다”며 “이번 네이버와의 딜은 엑시트 목적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 구조를 보면 송 의장은 현금을 받는 대신 미래 가치가 더 큰 통합 법인의 주식을 받는다. 이는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더 큰 판에 자신의 운명을 거는 ‘재투자’에 가깝다.

금융권에서는 1단계 통합 이후 확대된 네이버파이낸셜과 모회사 네이버 간의 추가 합병을 통해 송 의장이 이해진 의장를 잇는 네이버의 차기 리더가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네이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차기 리더로서의 송 회장에 대한 검증, 내부 반발 등 조직적 문제, 이해진 의장의 입지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거대한 계획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여러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두나무 주주총회에서 주식교환 안건이 통과되려면 외부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며 1위 간편결제와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의 결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엄격한 기업결합 심사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결제-투자-가상자산을 아우르는 20조원 규모의 압도적인 ‘금융 슈퍼앱’이 탄생하며 대한민국 ICT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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