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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디지털 기업 로비 리스트, 그들은 누구인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2025-12-07 06:00:00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현안질의에서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현안질의에서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더 이상 한 기업의 실수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 무단 결제가 이어지고, 국민의 민감 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이번 사태는 한국 디지털 산업 전반이 어디에서 잘못되고 있는지를 드러낸 사건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사고 이후의 행태다. 기업 내부의 책임 체계를 점검하기보다, 여론 진화와 규제 대응을 위한 로비에 우선순위를 두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다. 카카오의 전국적 먹통 사태, 네이버의 잦은 보안 위협, 신생 플랫폼들의 잇따른 정보 유출은 이미 예견된 징후였다. 이들 기업은 민간 서비스이지만, 이용자 일상은 사실상 이들에게 의존한다. 결제, 메시지, 인증, 이동 서비스까지 두세 기업이 좌우하는 시대에, 사고가 날 때마다 형식적 사과와 사업 홍보만 내놓는 태도는 더는 용납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기업들이 선택하는 ‘대응의 방향’이다. 보안을 챙길 인력보다, 정책과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전·현직 국회의원, 관료, 판·검사, 언론 출신이 ‘고문’이나 ‘자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이들은 기술과 거리가 있음에도 요직에 앉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보다 문제를 막아줄 인사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현실에서 보안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기업의 핵심 자산임과 동시에 국민의 권리다. 개인정보 유출은 즉각 데이터 오염으로 이어지고, 이는 금융사기·알고리즘 왜곡·표적 공격 등 국가적 위험으로 확대된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AI 보안, 데이터 관리 체계, 클라우드 안전성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한국 플랫폼 기업들이 이를 비용으로만 여기고, 사고 이후 로비에 힘을 싣는다면 경쟁력은 더 빠르게 약화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로비 라인 강화’가 아니다. 강력한 책임 체계 확립이다.
 

첫째,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사고를 내고도 부담 없이 넘길 수 있는 수준의 처벌은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중대한 보안 실패에 대해서는 최고 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한다.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계속되는 한, 보안은 기업의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
 

셋째, 일정 기간 내 반복 유출이 발생한 기업에는 서비스 제한이나 영업정지 같은 실효적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 국민의 데이터를 필수 자산으로 사용하는 기업이라면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넷째, 기업이 영입한 전직 권력자·외부 인사의 명단과 보수, 역할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기술 관련 조직이 공개되는 만큼,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높은 인력도 공개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데이터로 성장한 기업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순간, 그 기업은 더 이상 기술 기업이라 부르기 어렵다. 국민의 삶 한복판을 장악한 플랫폼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고 로비에 기대는 방식을 계속한다면, 산업 전체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쿠팡 사태는 한국 디지털 산업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다. 위기를 기술로 해결할 것인지, 로비로 넘길 것인지. 선택의 책임은 기업에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의 결과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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