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혁신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기업 가치를 꾸준히 키워 나갑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카본 투 그린' 혁신을 강조했다. 카본 투 그린 혁신은 지난해 7월 1일 공개한 친환경 사업 중장기 전략이다. 2차 전지 생산 확대와 재활용 기술 성장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SK이노베이션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을 관통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지난 1987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업지원팀장, SK에너지 사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 등 현장과 전략 등 주요 부서를 거쳤다. 2017년부터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를 맡다가 그린 중심 성장 전략으로 SK이노베이션의 미래 가치를 크게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이 추구할 김준虎 친환경 전략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주요 경영 키워드 '따로 또 같이'...배터리 역량 고도화
김준 부회장은 올해 경영 키워드 중 하나로 ‘따로 또 같이’를 꼽았다. 석유, 화학, 윤활유, 정보 소재, 배터리, 석유 개발 등 6개 사업 부문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은 산하에 8개 사업 회사를 두고 있다. 각 자회사들의 사업 방향과 ESG 접근 방식 등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중간 사업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새로운 인큐베이션을 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효율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먼저 ‘따로’는 각 자회사들이 고유의 사업적 특성을 감안해 의사 결정 체계 등을 개선하고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에 필요한 독립 경영을 본격화한다는 개념이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경영 화두다.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통해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또 같이’는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와 관리 체계를 통해 전사 공통 목표인 SK이노베이션 전체의 기업 가치 제고에 전념한다는 개념이다. 필요한 역량과 인프라는 서로 공유하고 협력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배터리 사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통해 경쟁력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목표가 대표적이다.
SK온 분사를 계기로 추진력을 강화한 배터리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의 주 전공 중 하나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세계 각국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보조금을 주며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를 권장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해 배터리의 공급도 늘어나고 있지만 탄소발자국을 없애기 위한 재활용 기술 개발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의 작년 연간 매출은 전년 동기(1조 6102억원) 대비 약 90% 증가한 3조398억원을 달성했다. 포드, 폭스바겐 등 고객사 판매 물량이 대폭 증가하면 올해 배터리 부문 연간 매출액도 6조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가 나온다.
실제로 배터리 사업 글로벌 배터리 생산 능력은 기존 40GWh에서 올해 상업 가동을 시작하는 미국(9.8GWh)과 헝가리(10GWh), 지난해 초 착공한 중국 옌청 2공장까지 올해 말 기준 77GWh까지 대폭 상향될 예정이다. 또한 2023년까지 88GWh, 2025년까지 220GWh 이상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 2공장은 내년 1분기, 중국 옌청 3 공장과 헝가리 3공장은 2024년 상업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포드와의 JV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BlueOvalSK) 공장은 올해 2분기 착공에 들어가 2025년부터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미국 및 헝가리 공장 상업 가동에 따른 출하량 증가로 올해 배터리 매출액은 114% 성장이 예상된다"라며 "신규 공장 초기 가동 비용 발생과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상반기까지 지속되며 연간 흑자 전환은 어렵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매출 증가에 따른 고정비 감소 효과가 나타나며 4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하겠다"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사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발전하면서 배터리 재활용(Battery Metal Recycle) 사업도 같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제2의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카본 투 그린 전략의 일환으로 배터리 자체뿐 아니라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까지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카본 투 그린 전략의 일환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SK이노베이션은 BMR 사업과 관련해 시험 생산 공장(Demo Plant)을 완공한 데 이어, 상업생산 공장 착공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지금의 배터리 글로벌 생산체제처럼 미국, 중국 및 유럽 등에 폐배터리 재활용 상업생산 공장 건설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환갑 맞는 SK이노베이션...미래 초석 다지는 새로운 원년으로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를 키우는 데 있어, 김 부회장은 △‘따로 또 같이’ 구축 △이해관계자의 인정과 신뢰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성과 창출 △ESG 경영 실천 등 3대 중점 추진 방향을 내놨다. 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ESG는 '이해관계자의 행복'이며 '이해관계자'에는 지구도 포함된다"라며 "ESG는 결국 ‘지구와 사람과 동행하면서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생존과 성장’이라는 절대 명제"라고 말했다.
ESG 경영 실천을 위한 SK이노베이션만의 대표적인 전략은 ‘그로스(G.R.O.W.T.H)’다. 그로스 전략은 SK이노베이션이 카본 투 그린 혁신을 바탕으로 지속가능 성장을 이루기 위한 밑그림으로, 지향하는 주요 목표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세부적으로는 △카본 투 그린 혁신을 통한 넷제로 추진(Green Innovation, Road to Net Zero) △지속가능한 성장의 근간이 되는 SHE(안전·보건·환경) 강화와 이해관계자의 신뢰 확보(Outstanding SHE Management, Winning the Trust) △이해관계자의 행복(Together with Society, Happiness for all) 등이다.
SK이노베이션은 그로스 전략을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데 있어 ‘체계적 실행’과 ‘투명한 공개’라고 보고 관련 대응책도 마련했다. 단순히 ESG 경영을 추진한다고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가 핵심 전략을 실행하고 그 진척도를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부회장은 "관계자와의 소통 방법 중 하나로, 온라인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하반기 중 오픈할 예정"이라며 "작년과 마찬가지로 사내 경영자들과 이사회는 2022년에도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자와 함께 소통하면서 파이낸셜 스토리를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의 중추이자 한국 최초의 정유 회사로 출발한 SK에너지가 창립 60주년을 맞으면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많은 도전과 역경에 맞서고 극복하면서 석유·화학사업에 뿌리를 내린 지난 60년을 뒤로 하고, 친환경 전략으로 끊임없이 혁신하면서 또다시 세상을 움직이고 진화하는 새로운 원년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다.
김 부회장은 "올해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실행하는 원년으로, 새로운 60년뿐 아니라 그 이상의 미래를 위한 담대한 초석을 다져야 하는 중차대한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새로운 60년의 출발선을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미래의 이해관계자들까지 만족할 수 있는 빅 픽처(Big Picture)를 꼭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