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메콩강을 경제협력 요충지로 설정하고 신남방 공략에 속도를 높인다.
주형철 신남방정책위원장(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아세안 통합의 가장 큰 과제는 아세안 선발 6개국과 메콩 유역 4개국(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베트남) 간 개발격차”라며 “우리 정부도 한-메콩 협력 강화로 아세안 공동체의 발전 노력을 지원해 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달 25일 열리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27일 한-메콩 정상회의도 개최한다. 한국과 메콩지역 간 정상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메콩지역은 중국과 인도, 아세안을 잇는 지리적 요충지이자 성장 잠재력이 높다. 인구 2억5000만명을 가진 소비시장이자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높은 노동시장이다. 성장률은 연 6%가 넘어 아세안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평가다. 특히 신남방정책 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달성에 메콩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정부는 판단한다.
이에 한국 정부는 메콩 협력 강화와 메콩 측 요청 등을 고려해 기존 장관급이던 한-메콩 협의체를 정상급으로 격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초 동남아 순방 당시 ‘한-메콩 공동번영을 위한 3대 방안’으로 ▲경험을 공유하는 번영 ▲지속가능한 번영 ▲동아시아 평화와 상생번영 등을 발표했다.
정부는 메콩지역 문화재 보존·복원 등 문화·관광 협력, 고등교육 역량 강화 지원에 나선다. 정책 역량 강화와 농촌개발사업, 기업인 네트워크 강화로 상생발전 기반을 마련한다. 메콩지역 불발탄·지뢰를 제거하고 생물다양성센터도 설치한다.
주 위원장은 “한강의 기적이 ‘메콩강의 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와 메콩 국가가 상호 호예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중국에 쏠린 4강 중심 외교·경제협력을 아세안·인도로 넓히는 핵심 외교·경제 정책이다.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유일국가로 대외 의존도가 높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넓혀가고 있으며,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일대일로 견제에 나섰다. 한국 정부는 경제협력 분야에서 두 전략 모두와 협력해 시너지를 낸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맺은 한미 인프라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기회로 본다.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사람과 번영, 평화 분야에서 각각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주 위원장은 설명했다. 사람 분야에서 기존 아세안국가 장학사업을 대폭 확대한다. 복수비자를 늘리는 비자제도 간소화와 항공 자유 확대 등 인적 교류 증진에 나선다.
번영 분야에서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과 양자 FTA(자유무역협정)를 확대한다. 아세안 상위 5개 교역국 중 양자 FTA가 체결된 곳은 베트남과 싱가포르다. 한-인도네시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은 지난 16일 실질타결을 선언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FTA는 이번 회의 계기로 타결하기 위해 협상중이다.
협력 사업은 국가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으로 진행한다는 목표다. 싱가포르와 태국은 정보기술(ICT)를 비롯한 신산업, 스타트업 육성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협력으로 시너지를 낸다. 인도네시아와는 자동차와 화학, 철강 등 제조업 분야 협력을 집중한다. 브루나이는 에너지와 인프라 중심으로 협력한다. 라오스 ·캄보디아·미얀마 등에는 산업단지를 조성해 산업 생태계 기반을 세운다.
이밖에 한국은 아세안 내 기업 지원 플랫폼과 금융협력센터, 과학기술 협력센터 등 분야별 협력기관을 세운다. 스마트시티 협력도 강화해 한국 기업들과 아세안 기업 간 가치사슬 참여를 지원한다.
4위 교역국(단일국가 3위)인 베트남은 제조업 분야 협력을 이어간다. 정부는 올해 안에 태스크(TASK·Technology Advice and Solutions from Korea)센터를 세워 소재부품 분야 현지 기업의 역량을 끌어올린다. 4차 산업혁명 공동대응을 위해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를 세우고 스마트 시티 분야도 하노이 코비 사회주택과 흥옌성 경제협력 산업단지 등으로 협력을 확대한다.
4차산업혁명 협력은 아세안 전반에 걸쳐 진행된다. 한국은 반도체·휴대폰 최신 기술을 선도하고 세계 최초 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강점을 살려 동반성장한다는 방침이다.
주형철 위원장은 “ICT와 바이오헬스 등 산업기술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과학기술 분야 교류를 위해 아세안 현지에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앞으로의 30년은 한국과 아세안이 평화·번영·상생 공동체로 나아갈 것”이라며 “정상회의는 이를 구체적으로 알리고 기반을 마련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