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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인적분할’ KCC, 신용도와 맞바꾼 ‘승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19-10-28 09:56:15

책임 경영 체제 명분...사실상 경영 분리 수순

주주가치 제고 無...모멘티브 인수, 부채부담 확대

실리콘 사업, 범현대家 의존도 한계 넘어야

[정몽진 KCC그룹 회장. 사진=KCC제공]

KCC가 주주가치 극대화 등을 목표로 인적분할을 단행한다. 각 사업 부문별 책임 경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신용도 하방압력이 강해졌다. 승계를 위해 다소 무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분할 발표 후 주가도 하락하면서 시장 반응도 싸늘하다. 모멘티브 인수 후 그룹 수익성과 안정성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할지 여부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KCC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투자등급 턱걸이인 BBB-다. 한 단계만 강등돼도 투기등급이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인적분할이 있다. KCC는 존속법인인 KCC와 신설법인인 KCC글라스로 분할을 발표했다. KCC글라스는 유리, 홈씨씨인테리어 등 사업을 영위하며 KCC가 보유하고 있던 코리아오토글라스 지분 19.9%을 전부 받는다. 시장에서는 정몽익 KCC 사장이 KCC글라스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KCC는 앞서 인수한 실리콘 제조사 모멘티브 자산과 그간 ‘백기사’ 역할을 한 관계사 지분도 보유한다. 다만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를 전부 떠안는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이 주도한 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모멘티브, 인적분할 ·경영능력 평가 잣대될 수도

현재 KCC그룹은 정몽진 회장이 KCC(지분율 18.32%), 정몽익 사장은 코리아오토글라스(25%), 정몽열 사장은 KCC건설(29.9%)을 각각 이끌고 있다. KCC건설도 KCC 지배(36.03%)를 받고 있지만 이사회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독립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그룹 내 규모나 존재감으로 따지면 정몽익 사장이 가장 눈에 띄지 않는다. 이번 인적분할 목적이 전문화보다 형제간 경영분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무부담 확대에 따른 신용등급 경고에도 승계에 집중하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부채부담 확대의 가장 큰 원인인 모멘티브 인수 후 성과다. 신설법인인 KCC글라스에 부담을 주지 않은 만큼 정몽진 회장 입장에서 KCC의 주주와 채권자를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승계에만 집중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모멘티브 실리콘사업 편입 시 관련부문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기존 매출액의 45% 내외 수준으로 그룹 내 주력 사업이 된다.

모멘티브 실적은 국내 매출에 한정된 KCC의 해외 매출 비중을 높임과 동시에 정몽진 회장의 경영 능력을 직접 판가름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그간 KCC는 범현대그룹 계열사 등을 주요 거래처로 삼아 성장했다. ‘혈연’ 등의 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해외시장에서 KCC그룹이 독립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백기사'용 지분때문에 KCC 가치 ↓

자금조달 사정이 악화되면 KCC가 보유한 관계사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CC는 그간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며 국내 주요그룹 경영권 방어 등을 도왔다. B2B가 주력인만큼 고객사 확보 차원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만약 KCC가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다면 굳이 국내 기업들에 대해 백기사로 활동할 이유가 적어진다.

지분 확보 대상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하락하면서 KCC 가치도 덩달아 하락했다.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지난 2015년 8%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3.9%로 낮아졌다. 수익성 제고를 하지 못한 셈이다. 쉽게 말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KCC 주가는 2014년 최고점을 찍은 이후 현재까지 줄 곧 하락하고 있다. 또 이번 인적분할 발표 후에도 주가는 지속 낮아지고 있다. 그만큼 KCC를 바라보는 시장 반응이 싸늘하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실제 클라이언트 사이에서 KCC가 백기사 역할을 할 돈으로 신사업 등에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얘기가 나온다”며 “모멘티브 인수는 해외 매출 비중 확대뿐만 아니라 KCC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모멘티브가 우수한 실적을 보여줘야 현재 KCC를 향한 모든 부정적 시선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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