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가 가중되면서 '실업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실업자 구직활동을 지원하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달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업급여 집계는 상당 부분 전월 실직 기준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영향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고용노동부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직자가 늘어나 구직급여 지급액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업급여 지급액 ‘역대 최대’… 2월 7819억 지급
고용노동부가 9일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2020년 2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금액은 7819억원으로 작년 동월보다 1690억원(32.0%) 증가했다. 지난해 7월 기록한 역대 최대치(7589억원)를 갈아치웠다.
지난달 구직급여 수급자는 53만6천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7만5천명(16.3%) 증가했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0만7천명으로 2만7천명(33.8%) 늘었다. 1인당 수혜금액은 145만9천원으로 13만원 늘었다.
고용부에서 발표하는 고용행정통계는 상용직과 임시직을 대상으로 작성됐고, 자영업자와 일용직은 제외했다는 점에서 실제 실업률은 더 높을 수 있다. 코로나19가 2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된 후 실물경제가 올스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부터 실업급여 지급액은 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숙박·음식업종 종사자와 중국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수출·내수 판로가 막힌 중소 제조업 근로자, 하청·일용직이 다수를 차지하는 건설업 근로자들까지 실직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정부에 인건비 지원을 신청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매일 1000건 이상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재난기본소득' 논란에 '검토한 바 없다' 선긋기
정부가 11조7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코로나 피해 구제에 나섰지만 ,중소기업ㆍ소상공인 지원은 간접지원과 신용보증이나 융자지원 중심으로 한정돼 있다. 피해가 큰 고용보험 미가입 자영업자,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또 실업으로 내몰린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 단기 아르바이트생, 문화ㆍ예술인, 프리랜서 등 근로자에 대한 지원대책도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재난기본소득'도 이같은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잇달아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제안한 데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도 10일
제한 조건을 달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건의했다.
이 지사는 지역화폐 형태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했고, 김 지사는 전 국민에게 1인당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하자고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박 시장은 내놓은 안은 정부 추경(안) 지원에 포함되지 못한 중위소득 이하 전가구를 대상으로 2~3월 두달간 생활비 월 30만원씩 총 60만원을 일시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수혜대상과 지급금액이 현실성있게 절충했다는 평가다.
앞서 공론화에 앞장선 이재웅 소카 대표는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학생, 실업자 등에 기본소득 50만원을 지급하자’고 주장했고, 신생 정당인 ‘시대전환’은 ‘비임금근로자 650만명, 비정규직 750만명에게 지급하자’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 등 보수야당은 재난기본소득 지급안에 대해 "4·15 총선용 현금 살포" "포퓰리즘"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 야당 의원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해 법인세와 부가세 감면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재난기본소득 논란에 선 긋기에 나선 모양새다. 청와대는 ‘정부는 재난기본소득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다만 그 제안이 나온 취지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기재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재난기본소득을 나중에라도 부작용 없이 시행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사태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으니 경제적 피해 장기화에 대비한 2차 추경도 고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