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감염병 세계적 유행(Pandemic·펜데믹)'을 선언했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도 빠르게 환자가 늘고 있어서다.
대한민국도 코로나19 사태를 피해 가지 못했지만 모범적인 대응으로 세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확진자가 늘고 있는 미국과 프랑스 등은 물론 WHO도 한국 정부 대응책을 자국에 도입하거나, 연구에 활용하기로 했다.
◆위기경보 적시 가동···확진자 동선 신속 발표
17일 기준 한국 누적 확진자는 8320명이다. 그러나 사망자 비율은 0.9%로 세계 평균 치사율 3.4%에 크게 못 미친다. 반면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는 급증세다. 지난 13일엔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가 신규 확진자 수를 넘어섰다. 현재 누적 완치자는 전체의 16%가 넘는 1401명이다.
한국이 코로나19 모범 대처 국가가 된 이유로는 정면 대응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꼽힌다. 한국에서 첫 환자가 나온 건 1월 20일이다. 한국 정부는 환자 발생 사실을 바로 국민에게 공개했다.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중 두 번째로 높은 '주의'로 끌어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날인 21일 국무회의에서 "국내외로 이동이 많은 시기인 만큼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하며 "지역사회에서도 충분한 대응체계를 갖추도록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첫 환자 발생 일주일 뒤인 27일에는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로 격상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가동했다. 감염병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린 2월 23일에는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꾸려 범정부적인 방역에 나섰다.
중대본은 감염병 전문기관인 전담부서인 질병관리본부에 설치한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전체 방역을 맡고, 중대본 1차장 겸 중수본부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원한다. 범정부대책지원본부장인 행정안전부 장관은 2차장을 맞아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협조 책임지고 있다. 각 지자체에도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했다.
확진자 동선도 신속한 역학조사로 최대한 빨리 파악해 공개하고 있다. 코로나19 증상 발생 하루 전부터 확진 때까지 환자가 돌아다닌 곳을 신용카드 내역과 폐쇄회로(CC)TV 분석, 휴대폰 위치정보 등으로 파악한 뒤 발표한다.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에게 자가격리와 진단검사를 권고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방역 책임기관인 방대본은 매일 오전 10시 신규·누적 환자 수 등을 공개한다.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는 구체적인 현황을 설명하는 정례브리핑도 연다.
◆첨단기술 활용 꼼꼼한 방역으로 확산 최소화
선제적인 출국 검역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효율적인 입국자 관리도 모범 사례도 꼽힌다. 한국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입국장에서 발열감시카메라로 검사를 받는다. 의심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건강상태질문서를 내야 한다. 확진자가 많은 국가에서 온 경우 일대일 발열 검사를 받고,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도 설치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모범적인 한국 대응체계를 배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국·미국·네덜란드·오스트리아 등 40여개국 주한외교단은 최근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한국이 개발한 감염병 대응 입국절차를 들러보고 갔다. 이스라엘과 유럽연합(EU)과 의견 교류도 하고 있다.
WHO는 한국 사례가 코로나19 극복과 지침(가이드라인) 개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한국 정부에 공동 연구를 요청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WHO는 유럽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한 데 따라 치료제 반응과 중증도 사망사례 특징, 임상적 바이러스 특성 변화 등을 상당히 궁금해하고 있다"며 "국제적인 지침도 새롭게 수정·보완해야 할 시점으로, 현재 한국이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청와대는 "투명성·개방성·민주적 절차라는 삼원칙 아래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사태 종식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