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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人터뷰] 최혁용 한의협회장 "직역 이기주의가 긴박한 코로나 현장서 한의사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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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人터뷰] 최혁용 한의협회장 "직역 이기주의가 긴박한 코로나 현장서 한의사 배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조현미·강지수 기자
2020-06-09 07:00:00

공보한의사 70명 대구 지원 자처

의협 반대로 무산…한방병원 환자도 못받아

中 감염자 85% 한약치료 병행

입원일 2.2일↓ 중증비율 27%↓

韓 '한약' 쏙 뺀 채 진료 적용

3일 서울 강서구 허준로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최혁용 한의협 회장이 데일리동방·아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소천상 기자, tianxiang@ajunews.com]


 "지역 이기주의 때문에 한의사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진단과 치료에서 배제됐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의사와 한의사 갈등이 이어지고 정부가 제 역할을 못 하면서 극복에 필요한 힘을 모으지 못한 것입니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50)은 지난 3일 데일리동방·아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가적 재난은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다 함께 힘을 합쳐 막아야 하는데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에 '포획'돼 있다"고 꼬집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자 한의사 공중보건의사 70명이 파견을 자처했다. 각 지역 선별진료소에서 의심환자 상담과 검체채취 등을 하던 이들은 대구에 가서 진단검사에 힘을 보태겠다고 스스로 손을 들었다. 당시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이 "환자를 돌볼 의사 일손이 턱없이 모자란다"며 도움을 호소하던 때였다.

하지만 한의공보의들은 대구에 가지 못했다. 의협이 반대해서다. 최 회장은 "의협에서 한의사를 데려와서 검사업무를 하게 하면 의사들이 손을 떼겠다고 하자 대구시에서 오지 말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구에서 병상 부족으로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가 2000명이 넘고 사망 사례까지 나왔던 지난 3월에도 그랬다. 대구한의대 부속 대구한방병원이 모든 병실을 비우고 코로나19 환자를 받겠다고 했지만 역시 의협 반대로 무산됐다. 대구한방병원은 한의사와 의사가 협력해 진료하는 의·한 협진 시범기관이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재원 다 가져다 써야 할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지역 이기주의와 갈등이 계속돼 안타깝다"고 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3일 서울 강서구 허준로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최혁용 한의협 회장이 데일리동방·아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소천상 기자, tianxiang@ajunews.com]


-여러모로 어려운 가운데도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열었다.

코로나19 예방·치료 지원을 위해 자체적으로 전화상담센터를 만들어 확진자를 돕고 있다. 정부 지원 없이 회원들 기부금으로 운영한다. 일선 한의사와 한의대생들이 자원봉사를 한다.

한의계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마자 적극적으로 예방과 치료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도 감염병 진단 등을 한의사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특정 이익단체 반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전화로 할 수 있는 상담센터를 열었다. 환자 상태를 상담하고 필요하면 한약을 지어서 보내준다.

6월 2일 기준으로 확진자 1만1541명 가운데 20%가 넘는 2326명이 전화상담센터를 통해 한의약 상담·치료를 받았다. 많은 환자가 큰 만족도를 보이고, 고맙다는 말씀도 많이 주신다. 국민건강 돌봄은 물론 감염병 예방과 치료 분야에서 한의약 효과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한의학 배척되는 이유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해서인가.

과학적 근거를 따지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처음 만나는 바이러스다. 당연히 치료법이 없다. 과학적 근거도 있을 수 없다. 양방이든 한방이든 이 병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인 근거 없다고 봐야 한다. 법적으로도 감염병 관리엔 의사와 한의사 역할 구분이 전혀 없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중국에선 지난해 12월 베이징에 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영웅들(의료진)이 일제히 우한으로 갔다. 이들이 환자를 본 뒤 치료법을 만들었고 중국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이 진료지침을 보면 렘데시비르 등과 함께 한방 치료법이 들어가 있다. 실제 중국에선 코로나19 환자 85%가 한약치료를 병행했다. 그 결과 양약만 쓴 환자들보다 평균 입원 일수가 2.2일 감소했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중증으로 넘어가는 비율도 27.4%나 줄었다. 우리 정부도 중국 진료지침 그대로 가져다 쓰는데 '한약' 부문만 쏙 뺀 채 진료에 적용하고 있다.

-한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정책도 진행이 더디다.

국민이 불편을 호소하는 1위 항목이 비싼 한약(첩약) 가격이다. 첩약 치료를 정부 건강보험재정으로 지원하는 건강보험 급여화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일이다. 그래서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급여화를 하면 최소 세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첩약 지도를 국가가 고민한다는 거다. 질환별 적용 첩약을 정부가 인정해야 해서다. 두 번째는 정부 관리가 들어가 한약 안정성이 높아진다. 병·의원마다 약값 편차가 심한 것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국민은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갈지 예상할 수 있고 결정할 기회가 생긴다.

9일 첩약 급여화 제도화를 다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시범사업을 우선 하고 연내 본격적인 시행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추나요법 급여화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인가.

그렇다. 지난해 추나요법 건강보험 급여화 이전에는 어떤 병원은 5000원을, 비싼 곳은 10만원을 받는 등 차이가 컸다. 지금은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가격이 일정하게 수렴됐다.

근골격계 관련 질환이 늘고 있는데, 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이 분야는 한의약 치료 선호도가 양방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추나 급여화는 국민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의학 치료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지는 효과도 기대한다.
 

[소천상 기자, tianxiang@ajunews.com]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비대면진료'에는 찬성하나.

코로나19로 비대면진료(원격진료)가 국민에게 얼마나 필요하고 얼마만큼 효율적인지 증명이 됐다. 은평성모병원 조사를 보면 병원 폐쇄 기간 전화진료를 한 환자 가운데 87%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지난 2월 24일 이후 우리나라에서만 26만건이 넘는 전화진료가 이뤄졌다. 개인적으로 이런 결과는 비대면진료의 당위성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

이 정책과 관련한 논쟁을 보면 '대면진료' 대 '비대면진료' 구도에서 시작한다. 우선 이 부분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비대면은 대면진료에 원격진료를 추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의사가 부족한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 2.3명이다. OECD 평균 3.4명과 비교해 현저히 부족하다. 한의사를 빼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지나치게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일차의료기관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비대면진료 허용 병원을 동네의원, 즉 일차의료기관으로 한정하면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 전반으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 중이다. 의료계도 예외일 수 없다. 이 사태를 극복한 뒤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뉴노멀(새로운 기준)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비대면진료가 활성화하면 예상치 못한 여러 장점도 드러날 수 있다. 근거 있는 우려를 피하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만 잘하면 된다.

-기업인·변호사로 활동하다 한의협 회장이 된 지 2년이 지났다.

취임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최혁용 회장은 2018년 1월 제43대 회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같은 달 취임했다).

한의학이 국민건강에 더욱더 이바지하고, 제도권 의학으로서 위상을 더 확고하게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돌아보니 잘 이뤄진 사안도 있고 아직 요원한 것도 있다.

한의학에 대한 패러다임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한의계는 한의학이 가진 독창성과 전통성 가치를 우선으로 봤다. 회장 취임 후 2년 동안 이같은 기존 가치에 도구 제한이 없는 일차의료영역 통합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한의약 공공의료참여 등을 더하는 활동을 했다. 보건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 당국과 보건의료 단체에서도 이런 한의계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한의계 변화와 도전, 한의사들은 물론 국민에게도 보탬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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