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내놓은 세법 개정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소득세와 주택보유 등에 대한 과세형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부족해진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초고소득자, 다주택자 등 특정 대상을 겨냥해 '핀셋 증세'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 세법 개정의 핵심인 주택 보유·거래세 인상과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은 '부자 증세'를 규정하는 가장 상징적인 제도 개편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보면 지금은 5억원을 넘는 과표구간에 세율 42%를 적용했는데 앞으로는 5억~10억원 구간에는 42%를, 10억원을 넘으면 45% 세율을 적용한다. 과표가 10억원을 넘으면 세율이 3%포인트 오른다는 얘기다.
정부는 2018년 귀속분을 기준으로 10억원 초과 과표를 적용받게 되는 인원을 1만6천명으로 추산했다.
이중 부동산·주식 매각과정에서 발생한 양도소득(분류과세)이 10억원 초과 과표에 도달한 사람이 5천명, 근로·종합소득 기준으로 보면 1만1천명이다.
근로·종합소득으로 10억 초과 과표 구간에 도달한 1만1천명이 비교적 항구적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계층이 된다. 이들은 소득세를 내는 전체 인원의 0.05%에 해당하는 초고소득자다. 이 때문에 초고소득자들이 금융소득 개편안을 완화한 데 따른 후폭풍을 맞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소득세율 인상에 따라 우리나라 명목 소득세율은 G7국가와 거의 동일해진다.
기재부 및 국회예정처에 따르면 현재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의 최고세율이 45%(국세)다. 기재부는 "최고세율을 인상(국세 45%, 지방세 포함 49.5%)하더라도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증세 당위성을 위해선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때 사회취약층과의 고통분담을 위한 '사회적 연대론'을 꺼내 들었다.
정부는 일반 종부세율은 과표 구간별로 0.1∼0.3%포인트,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는 0.6∼2.8%포인트 인상할 예정이다.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도 높인다. 1년 미만 보유주택에 대한 세율은 40%에서 70%로, 1~2년 보유주택은 기본세율(6~42%)에서 60%로 올린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은 10%포인트 인상한다. 기본세율에다 2주택자는 20%포인트를, 3주택자는 30%포인트를 더한다.
특히 조정대상지역에서 1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분양권 1개를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면 내년 1월 이후 주택을 매각할 때 기본세율(6∼42%)에 양도세 10%포인트가 중과된다. 또 분양권 포함 3주택자라면 양도세율이 20%포인트 중과된다. 현행 세법에서는 1주택과 1분양권을 소유한 사람을 1주택자로 여겼지만, 앞으로는 2주택자로 보기로 한 것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법 개정 이후에도 일시적인 1주택 1분양권 보유자에 대해서는 향후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별도의 '비과세 특례 조항'을 마련,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줄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정부로서는 거의 조세중립적으로 세법개정안을 마련하고자 했으며, 실제 300조원에 이르는 국세 수입 규모에 비해 세수 효과가 2021년 +54억원, 2021∼2025년 5년간 +676억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늘어나는 세금만 보고 증세 논쟁에 너무 몰두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도 "(일부에서) '부자 증세'라고 말하는데 생각에 따라 다른 것 같다"며 "누적법 기준 세수효과가 마이너스인데 만약 정부가 부자 증세를 목적으로 했다면 누적법으로도 숫자가 크게 나와야 증세가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