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3 토요일
맑음 서울 -0˚C
맑음 부산 4˚C
맑음 대구 -0˚C
맑음 인천 3˚C
흐림 광주 6˚C
흐림 대전 -3˚C
흐림 울산 8˚C
강릉 5˚C
흐림 제주 11˚C
IT

​[갈수록 꼬여가는 부동산 정책] <中>세금으로 투기 잡을 수 있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주진 선임기자
2020-07-10 21:03:59

文정부 '투기와의 전쟁', 땜질 처방이 집값 상승 부작용 키워

7ㆍ10 대책, 다주택자 종부세율·취득세율ㆍ양도세율 한꺼번에 상향

투기성 다주택자들, 세금 부담에 매각보다는 증여로 쏠릴 수도

 

“집을 두 채 이상 갖는 것을 고통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재인정부가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에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결국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7·10 대책의 핵심은 투기성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한꺼번에 끌어올려 투기를 원천 차단하는 동시에 다주택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것이다. 투기성 다주택자는 실거주 이외 주택을 팔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다주택자에 '세금폭탄'…실거주 이외 주택은 다 팔라는 경고

정부는 먼저 취득 단계에서부터 다주택자와 법인 대상으로는 주택에 대한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끌어올려 추가적인 주택 매수를 막는다. 기존 4주택 이상에만 적용하던 중과세율 4%를 2주택은 8%, 3주택 이상은 12%로 세분화해 올렸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최고 6.0%로 높였다. 다주택 보유 법인은 일괄적으로 6.0%를 매긴다. 기존 종부세 최고세율이 3.2%임을 감안하면 세 부담이 배증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해 과세표준 구간별로 중과세율을 현행보다 0.6%포인트~2.8%포인트 인상해 1.2~6.0%의 세율을 적용한다. 과표 94억원을 초과하는 다주택자(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는 종부세 최고세율을 6.0%로 적용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의 시가(합계 기준)가 30억원이면 종부세가 약 3800만원, 50억원이면 약 1억원 이상 정도로, 전년보다 2배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인상된다"고 말했다.

양도세의 경우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적용하는 중과세율을 지금보다 10%포인트 더 높여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양도세를 중과한다. 기본세율까지 합치면 양도세율이 각각 62%, 72%에 달하게 된다.

단기차익을 노린 2년 미만 단기보유 주택거래에 대해선 양도소득세율을 작년 12·16 대책 때보다 높여 1년 미만 보유는 40%에서 70%로, 2년 미만은 기본세율(6∼42%)에서 60%까지 부과하도록 했다.

다만 단기매매와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내년 6월 1일 시행돼 내년 5월 말까지 매도하면 현행 세율을 적용받는다. 다주택자 매물 유도를 위해 이른바 '출구'를 열어준 것이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강화 대책을 담은 종부세법,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 형태로 이날 중 국회에 제출하고, 7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 중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적용 시기는 내년부터라 단기간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자료=기획재정부]


◇노무현·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닮은꼴’…‘핀셋 땜질 대책’ 부작용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노무현정부의 데자뷔라는 평가다. 강력한 규제로 투기를 잡고 공공주택을 확대해 서민의 주거 안정을 실현하겠다는 정책 기조도 대동소이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력한 부동산정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고, 오히려 집값 상승 등 부작용이 초래됐다는 점, 경기 부양과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 장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진행된 신도시 개발이 투기 세력에게 판을 깔아주게 된 것도 비슷하다.

노무현정부 2년차이던 2004년 경실련 등의 원가공개 확대 요구가 거셌지만 당시 노 대통령은 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했다.

대신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해 2005년 종부세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집값이 수직 상승하자 2006년 종부세 과세 기준을 ‘인별 합산’에서 ‘가구별 합산’으로 바꾸고, 과세 기준금액도 9억원 이상에서 6억원 이상으로 낮추며 맞대응했다. 그럼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자 결국 2007년 9월 지금과 유사한 수준의 61개 항목의 분양원가 항목을 공개했다.

이처럼 노무현정부는 임기 동안 7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아파트 가격 그래프를 꺾지 못했다. 노무현정부의 5년간 아파트 가격은 33.8% 상승했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56.6% 상승했다. 특히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은 67%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자료=KB국민은행]


정권 출범부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정부는 지난 3년 여 동안 대출 규제, 공시가격 상향, 보유세 인상, 분양가 상한제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규제로 투기성 다주택자들의 숨통을 조였다.

그러자 노무현정부 때는 나타나지 않았던 ‘똘똘한 한 채’, ‘매물 잠김 현상’, ‘풍선 효과’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되레 집값, 전셋값이 폭등했고, 국민에게는 정부가 규제 대책을 내놓으면 반드시 집값이 뛴다는 신호가 됐다. 집값이 뛸수록 `지금 못 사면 영영 못 산다`는 불안과 공포가 `패닉 바잉`을 부추기면서 시장은 더 요동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10일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 상승해 7주 연속 오름세가 이어졌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은 보유세 강화라는 징벌적 과세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며 정책 기조 전면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절대 잡지 못한다"며 ”최근 아파트 투기 현상이 왜 나타났겠나. 근본적으로 돈이 너무 풍부하고, 금리가 너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의당과 참여연대 등 진보 진영에서는 ‘종합 대책이 아닌 땜질식 핀셋 처방으로 부작용을 키웠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 검증된 땜질식 처방을 중단하고, 투기 수요를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보유세 실효세율의 강화와 공시가격 현실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의 누진적 강화 등 정책을 시행하라"고 했다.

박용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전체 가구 중 15%가 전국 주택의 61%를 소유하고 있다"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기획재정부]


◇투기성 다주택자들, 세금 부담에 매물 내놓을까?

문제는 이번 7.10 대책 의도대로 '세금 폭탄'을 맞을 다주택자들이 백기를 들고 매물을 내놓을 지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들이 매각보다는 ‘버티기’나 증여를 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여세의 최고세율이 50%(과세표준 30억 초과)로 현행 3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보다 낮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로서도 증여 문제에 대한 지적과 점검이 있었다"며 "(양도세 회피를 위해) 증여 쪽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지금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금폭탄’에 따른 수요억제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취득세율 인상이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 구입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가 있다”며 “집을 추가적으로 구입하는 수요 자체가 줄어 시장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전문가는 “양도세 중과 등은 내년 6월까지 유예 기간이 있어 당장에 매물로 내놓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모두 수급 균형보다는 수요 억제에 초점을 두었으나, 노무현 정부 당시 공급물량이 지금보다는 많았다"면서 "지금은 그때보다도 공급을 더 억제하니 종부세를 인상하더라도 집값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종부세 올라봤자 집값 오르는 것에 비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종부세를 무서워하지 않는 강남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안 내놓으니 집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 더보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