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컨벤션 시설인 코엑스가 특정업체에 전시장 임대계약을 몰아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원회, 광주 서구갑)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코엑스의 최근 5년간(2015년~2019년) 전시 임대계약 현황에 따르면, 1,474건 중 절반에 달하는 720건(48.4%)의 전시계약을 무역협회와 무역협회의 100% 출자 자회사인 특정업체가 독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특정업체는 코엑스 퇴직자가 운영하고 있다.
코엑스와 수년간 장기 전시장 임대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12개 업체로 이들 업체의 계약건수는 262건으로 전체의 17.8%나 되었다. 업체당 22건의 계약을 따낸 셈이다. 이는 5년 평균 1~2회 수준에 불과한 계약을 맺는 민간사업자에 비해 무려 10배가 넘는 건수다.
무역협회·코엑스 퇴직자 연관기업의 독식도 심각했다. 코엑스는 모회사인 무역협회와 자사 출신 퇴직자가 설립한 회사와 연관업체 9곳에 5년간 117건의 전시장 임대계약을 몰아줬다. 또 전시관 임대사업자인 무역협회와 코엑스가 직접 전시사업을 한 경우도 무려 341건으로 23.1%였다. 코엑스가 민간 전시주최자들의 기회를 가로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임대계약 싹쓸이를 위한 수법도 다양하다. 이른바 전시 1세대로 알려진 A업체는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지인과 지분투자를 해 B 업체를 설립하며 동업을 시작했다. 그 후 A 업체는 동업자 관계인 B 업체와 자사의 직원들이 퇴사해 설립한 업체 C, D, E 등과 전시카르텔을 형성했고 지금까지 코엑스의 전시장 임대계약을 싹쓸이해 왔다.
대표자 1인이 여러 개의 유사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문어발식으로 여러 개의 법인을 설립한 A 업체 대표는 무역협회 퇴직자를 자신의 회사 상임감사로 앉혀 전관예우 특혜를 받기도 했다. 특히 코엑스에서 전례가 없었던 어려운 계약 건을 따내기 위해 퇴직자 찬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2019년 반려동물의 코엑스 한시적 입장을 전제로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후 2020년 계약은 퇴직자를 감사로 임명했던 A 업체의 유사법인이 계약을 맺어 퇴직자가 연결해준 계약을 연장했다.
계약 관행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아 이른바 ‘깜깜이 장기독점’ 임대계약도 심각한 상황이다. 임신‧출산‧육아용품전시 사업자인 O업체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연 2회의 전시계약을 맺고 있다. 전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시도 아닌 정기 임대 계약을 10년간 황금시기에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특혜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코엑스가 자체적 마련한 입찰규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관업력, 업체규모 등 진입장벽이 높아 신규업체의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로 인해 대관 계약을 위한 거액의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코엑스는 지난 10년간 전시장 등의 임대 계약을 둘러싸고 수 차례의 비리가 고발돼 왔다.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몰아줘 용역 나눠먹기 의혹이 제기된 바 있고, 회의실 임대업체에 특정업체 식음료만 반입하도록 강제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코엑스의 깜깜이 계약관행과 전시카르텔의 진입장벽 문제를 두고 국내 전시산업자들 일부가 국무조정실 등 공정함과 투명성을 요구해왔지만 전시마피아 카르텔의 반발이 거세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송갑석 의원은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 마이스산업이 침체기를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면서도 “특정업체들이 독점하는 기형적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정부의 지원은 또다시 특정업체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퇴직자 봐주기, 용역 몰아주기 등 공정한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코엑스에 대해 산업부가 민간영역이라는 것을 이유로 전혀 통제하지 않는 것은 전시산업발전의 책임이 있는 주무부처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송 의원은 전시산업발전법 등 개정으로 관리감독과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