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사장이 처한 위기는 회사 상호 사용 금지와 경영권 분쟁, 자신의 횡령 재판 등 3가지다. 우선 자신이 물려받을 지주사 이름이 ‘갑질’과 연관돼 비판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우라옥 부장판사)는 12일 ‘한국테크놀로지’ 사명을 영업활동에 쓰지 말라는 결정에 대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의 가처분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지난해 5월 바꾼 이름이다. 그룹명 변경에는 조현범 사장의 역할이 컸다. 이미 ‘한국테크놀로지’라는 자동차 부품업체가 있었지만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은 “내부 검토 결과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내 왔다. 법원에는 지주사와 종속회사가 자동차 부품류 제조·판매업을 영위하지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조 사장이 물려받을 회사 이름이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로 인식되면서 도덕성 관련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22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계열사 한국아트라스BX의 갑질 관련 질의를 받는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납품단가 동결과 물량 약속 파기 등으로 2018년 하청업체 한성실업(한성인텍) 공장 문을 닫게 했는지를 따져 묻는다. 재계는 국감에서 법원의 상호 사용 금지 가처분 인용 관련 질의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질의가 예정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내용 질의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보좌관에 자료는 공유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 사장의 불출석 가능성도 있지만 후계자 지위를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출석할 이유도 분명하다.
조현범 사장은 국감 다음날 형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함께 받는 재판이 열리는 점은 또 다른 부담이다. 조 사장은 배임수재, 조현식 부회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다. 조 사장은 협력업체 대표에게 납품 유지 대가로 수억원을 챙긴 사실이 인정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6억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조 부회장은 친누나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한국타이어 4남매는 현재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판단력을 두고 다투고 있다. 6월 조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지주사 지분 전량인 23.59%를 넘겨줬다. 조현식 부회장(19.32%)과 비슷한 지분을 갖고 있던 조 사장은 42.9%로 단숨에 후계자 자리를 꿰차게 됐다.
하지만 7월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의 객관적 판단이 의심된다”며 성년후견 중 한정후견개시 심판청구를 법원에 접수했다. 이어 조현식 부회장도 입장문을 내면서 경영권 분쟁을 본격화했다.
조씨 형제는 서로 다른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법원에 가장 먼저 의견을 낸 쪽은 조현범 사장이다. 서울가정법원은 조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 차녀 조희원씨에게 10월 5일까지 의견서를 내라고 요청했다. 조 사장은 9월 29일 의견서를 냈다. 반면 조 부회장은 5일 본인 지위를 관계인에서 ‘참가인’으로 바꾸고 12일 의견서를 냈다. 참가인은 사건 청구인과 같이 재판 기일을 통보 받고 출석 의무도 진다. 변호인을 통한 의견서 제출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조현범 사장은 조희원씨와 함께 ‘관계인’으로 남아 있다.
조 사장은 이달 내내 후계자 지위를 알리는 대신 갑질 논란과 배임, 남매간 재산 싸움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