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코스피 상장을 앞둔 SKIET가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성장성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추산해 몸값이 7조 5000억원까지 올랐지만, 수요예측과 공모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IET는 지난 13일, 9영업일 간의 기관 수요예측을 시작했다. 투자 시차·인지도 부족 등 해외 기관투자자가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고려해 청약기간을 길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관 청약일은 22~23일 양일간이다.
기관 수요예측에는 전체 공모주식 2139만 주의 75%인 1604만2500주가 배정됐다. 공모가 희망 범위는 7만8000~10만5000원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JP모간이다.
이번 SKIET의 상장에는 다소 이례적인 부분이 있다. 현재 실적이 아닌 미래 성장성을 기초로 기업가치를 추산했다는 점이다.
상장 예상 시가총액을 PER(주가수익비율)이 아닌 'EV/EBITDA(기업가치/상각전영업이익)' 지표로 도출한 것이다.
EV/EBITDA 방식으로 책정한 SKIET의 예상 시총은 최대 7조4862억원이다. PER 기준 시가총액이 약 7조56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할 때, 지표 변경으로 4000억원 이상의 몸값 확대 효과를 봤다.
EV/EBITDA 지표의 경우 현재는 이익 실현이 늦어지고 있지만,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는 벤처기업들의 기업가치 책정에 주로 쓰이고 있다.
수익을 서비스 확대나 설비 증설 등에 재투자해 적자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함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미래 성장성을 근거로 한 시총 평가는 가까운 미래에 기업 가치가 훨씬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단순히 공모주 투자자들부터 더 나은 몸값을 받는 데 유리하다고 해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SKIET의 실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2차 전지 분리막 사업과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FCW)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SKIET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693억원·영업이익 1252억원·순이익 882억원을 기록했다.
추가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수익을 내고, 현재 점유율 26.5%로 습식분리막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성장 잠재력을 인정하도록 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IET의 분리막 제조 기술력이 업계 최상위 수준이라는 점 역시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양질의 분리막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곳은 SKIET와 일본의 아사히카세히·도레이 등 세 곳 뿐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KIET는 무리하게 몸값을 올리려고 EV/EBITDA를 채택하는 일부 기업과는 다르다”며 “수익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보유한 IPO대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