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타진하던 온라인 장보기 쇼핑몰인 마켓컬리가 계획을 바꿔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9일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에 따르면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 유치를 완료하고, 기업공개(IPO)는 한국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번 투자에는 에스펙스 매니지먼트와 DST글로벌, 세콰이어캐피탈 차이나, 힐하우스 캐피탈 등 기존 투자사 외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와 지난 4월 '샛별배송'(새벽배송) 전국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CJ 대한통운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컬리의 국내 증시 상장은 빨라도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상장 준비 기간에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려 곧바로 준비를 시작해도 연내 끝마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컬리는 "이번 시리즈F 투자에서 컬리의 기업 가치가 작년 시리즈E 투자 후 약 1년여 만에 2.6배 오른 2조5000억원 규모로 평가됐다"며 "컬리의 성장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컬리의 지난해 매출은 9530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고객 수도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280만 명의 신규회원이 가입했으며 올해 5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수 800만 명을 돌파했다. 또 고객 충성도도 탄탄해, 올해 가입한 신규고객의 재구매율은 71.3%에 달한다.
컬리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포함해 마켓컬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비중이 전체 상품 거래액의 30%에 이른다.
컬리 관계자는 “가파른 성장을 지속할 동력은 단독상품 비중이 다른 장보기 및 e커머스 기업들에 비해 높다는 점”이라며 “컬리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비롯해 마켓컬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컬리 온리(Only) 상품 등 단독상품의 비중은 해마다 계속 증가해 현재 전체 상품 거래액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컬리 측은 “컬리의 미래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연간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공헌이익은 흑자로 전환한 지 3년이 넘었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국내 증시 상장 결정과 관련해 컬리 관계자는 “지금까지 마켓컬리를 아끼고 이용한 고객, 그리고 같이 성장해온 생산자와 상품 공급자 등 컬리 생태계 참여자와 함께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들어 한국거래소가 K-유니콘의 국내 상장 유치를 위해 미래 성장성 중심 심사체계 도입 등 제도 개선과 함께 적극 소통해 온 점도 컬리가 한국 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돌린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컬리는 이번에 확보한 투자금으로 기술 개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상품 발주, 재고 관리, 주문 처리, 배송 등 물류서비스 전반에 걸친 효율성과 정확성을 제고하고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샛별배송' 서비스 지역을 현재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하반기에 남부권까지 확대한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생산자들과는 상생협력에 힘쓰고, 기술투자와 인재 유치로 고객 가치를 높여 장보기 시장의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