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소매금융 출구 '먹구름'…26일 이사회 상정 또 불발

이달 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됐던 한국씨티은행의 소매(소비자)금융 부문 매각 작업이 또 다시 무산됐다. 인수 의지를 피력한 복수의 금융회사가 있어도 정작 전면에 나서는 곳이 없어, 업계에서는 매각 불발론까지 언급되는 양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달 미실시한 이사회를 이달 26일 열어 소매금융 매각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해당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이사회 안건에 올리지 않았다는 것은 뚜렷한 인수 희망자 찾기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이날 "지난 몇 달 동안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출구전략과 관련해 가능한 모든 실행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왔다"며 "보다 신중한 의사결정을 위해 9월 이후에 출구전략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CEO 메시지'를 배포했다.

이어 "직원 분들의 진로와 관련해 현재까지 논의돼 온 대안을 중심으로 모든 직원을 보호하도록 하겠다"며 "이사회와 출구전략을 면밀하게 검토 및 논의하고 있으며, 최종적인 결정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현재까지 씨티은행은 소매금융 부문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실사에 참여한 금융사들이 복수라는 점만 공식 입장으로 발표했다. 당초 통매각 방식을 내세웠던 씨티은행 측은 인수 희망자가 사실상 없다는 사실을 인지, 부분 매각으로 전략 방향을 틀어 인수의향사들과 접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인수의향사들의 실사가 진행된 지 두 달여가 소요된 것을 고려할 때, 부분 매각마저 녹록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씨티은행 측과 인수의향사 간 매각·인수 조건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자 매각 방식의 마지막 선택지인 단계적 폐지도 거론되고 있다. 씨티은행 의사결정기구로서 이사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소매금융 철수를 확정한 모기업 글로벌씨티 그룹의 의사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삐걱거리는 것을 보면 여러모로 조건 충족이 맞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부 제2금융권과 지방금융그룹사가 씨티은행에 눈독을 들였다는 소식도 잠잠해진 상황에서 업계 관심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씨티은행 노조는 사 측의 졸속 매각을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며 과거 글로벌씨티 그룹의 해외 매각 사례를 들어 매각 '타이밍'을 숙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 측은 "2016년 콜롬비아씨티 매각에 실패한 뒤 철수 계획을 철회했다가 2년 후 매각을 재진행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며 "우리도 결코 시급하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며, 시간보다 안정적인 인수처가 먼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