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아이오닉5(현대차), EV6(기아)를 시작으로 중국 현지에서 2030년까지 총 21개의 전동화 라인업을 갖춰 중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이오닉5는 중국 시장에서 오랜 부진에 빠진 현대차·기아가 재도약을 위해 내세운 '전동화 라인업 확대' 전략의 1번 주자다. 올 상반기 출시된 아이오닉5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최초로 적용한 모델이다. 중국에선 현지업체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한다.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110만대다. 중국이 유럽(103만대)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클린테크니카'(Clean Technic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시장 상위 20개 전기차 모델별 순위에서 현대차·기아는 한 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아이오닉5부터는 중국업체 배터리를 탑재해 중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구매 보조금을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적용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와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2차(아이오닉6 중심), 3차(아이오닉7 등) 물량 입찰에 연이어 CATL을 포함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2018년~2019년 사이에 전기차 보조금을 절반으로 줄이자 현지 전기차 판매량이 절반으로 급감했을 정도로 정부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보조금 차별 문제를 덜어내면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순위와 마찬가지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4~5위까지 점프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 포지셔닝은 기존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모델에서 '프리미엄'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고급 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올해 4월 중국에 진출했고, 기아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주력 차종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추진 중이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현대차·기아의 입지가 애매해 포지셔닝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제네시스를 앞세운 방향성 자체는 바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내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쳐주즈쟈(车主之家)'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15위(1.96%)를 기록, 전년 동기(12위)에 이어 2년째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같은 기간 기아는 19위(1.47%)에서 30위(0.81%)로 더욱 뒤처졌다.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를 합산해도 2.77% 수준으로, 중국 내 13~14위 수준에 그친다.
자동차산업 전문DB 기업 '마크라인즈(Marklines)' 기준으로 보면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1%로 더 낮게 집계된다. 사드 보복에 따른 기저효과로 2018년 소폭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중국 시장에서 2015년(6.8%)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달렸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 재도약을 위해 지난 4월 △전동화 상품 라인업 확대 △브랜드 이미지 쇄신 △현지 모델 연구·개발(R&D) 강화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 등 4대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기아는 중국 내 생산·판매를 담당하는 베이징현대를 현대차 대표이사 산하로, 둥펑위에다기아를 기아 대표이사 산하로 지난 7월 재편하며 국내 본사 차원에서 체계적인 사업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이오닉5·EV6 현지 생산을 시작으로 중국 내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해 나가고,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고 판단해 중장기적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