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저축은행중앙회장에는 관료 출신이 우세한 경향을 보였다. 전대 회장인 박재식 전 회장도 관료 출신이었다. 역대 회장 18명 중 제17대 이순우 회장, 제10대 곽후섭 회장 등 2명을 제외하고 모두 관료 출신이었다.
오 회장은 순수 저축은행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적지 않은 시간을 저축은행 업계에서 보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발로 뛴 인물인 만큼 오 회장을 ‘영업맨’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 풍부한 업계 경험, 뛰어난 리스크 관리
오 회장은 1960년대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재무관리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유진투자증권 산업분석 애널리스트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홍콩상하이은행인 HSBC코리아 영업총괄과 전무, HSBC차이나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등을 맡았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아주저축은행, 2017년 아주캐피탈을 이끌다 2018년 하나저축은행 대표에 올랐다.
오 회장은 2012년 아주저축은행 대표를 맡으며 저축은행 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아주저축은행의 부실 자산을 정리하고 기업금융 중심이었던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아주저축은행에서의 활약을 하나금융그룹도 긍정적으로 평가해 2018년 오 대표를 하나저축은행 최초로 외부 출신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보통 하나저축은행 대표는 하나은행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매우 이례적인 인사였다.
실제 오 회장은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동안 뛰어난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룬 점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저축은행 경험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업계도 오 회장의 금융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높게 샀다. 이번 당선 과정에서도 저축은행 업계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최고경영자(CEO)로서 경영 능력이 결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 저축은행 대표에서 제19대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오 회장은 저축은행 대표 자리에 오른 후 10년 만에 저축은행중앙회장이 됐다. 그는 선거 당일까지 업계 발전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표심 확보에 주력했다.
출마 배경에 대해서는 자신의 현장 경험을 강조하며 업권을 대표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문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저축은행 회원사들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중앙회장이 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저축은행 업권도 선거 당시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 선출을 바라는 목소리가 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시장 상황을 잘 전달해줄 수 있는 분이 선호되는 분위기”라며 “저축은행의 묵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의 목소리를 기울이는 후보가 선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오 대표는 지난 2월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저축은행중앙회 임시총회에서 67%의 지지를 얻어 제19대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선출됐다. 투표는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78개사가 참여해 ‘1사 1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후보는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와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2명이었다. 선거는 민(民)∙관(官) 2파전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쳐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장 전문가인 오 대표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한편 관 출신인 이 전 위원장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저축은행 현안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관 출신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유효 득표 수 78표 중 약 3분의 2 이상인 53표를 얻어 차기 회장에 최종 당선됐다. 경쟁자였던 이 전 위원장은 25표를 얻었다. 오 회장의 임기는 2025년 2월 17일까지다.
◆ 오 회장 “저축은행 묵은 과제 해결하겠다”
이어 “가장 먼저 중앙회 내부 변화를 끌어 업계 내 변화와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며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해소, 경쟁 업권보다 높은 예금보험요율 인하 등 업계의 숙원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면서 △중앙회 중심 저축은행 변화와 혁신 △저축은행 양극화 해소 △예금보험료 인하 △인수합병(M&A) 관련 규제 철폐 △디지털 전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오 회장은 “다섯 가지 공약 가운데 가장 첫 번째로 중앙회 내부 변화부터 이끌어볼 생각”이라며 “중앙회가 회원사의 서비스와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양극화 해소’도 임기 내 추진할 핵심 과제로 꼽았다. 저축은행 업계는 그간 지방 인구 감소, 지역 경기 침체 등으로 지방 저축은행의 어려움이 지속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저축은행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 업계 내 규모 차이가 크다”며 “회원사별로 균형 잡힌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업계의 또 다른 과제는 ‘예보료 인하’다. 예보료는 금융사들이 고객이 맡긴 예금을 보호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보험료를 말하는데, 저축은행은 현재 타 금융권 대비 높은 예보료율이 유지되고 있다.
예보료율 관련해 오 회장은 “내년과 2026년에 예보료 개편이 검토될 것”이라며 “업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사전적인 준비를 잘 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저축은행 M&A 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축은행이 성장하려면 대출 규모를 늘려야 하는데 수도권 저축은행에 비해 지방 저축은행은 제약이 큰 상황이다.
오 회장은 지방 저축은행과 수도권 저축은행을 모두 이끌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방 저축은행의 실태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인 만큼 저축은행 활성화를 위해 여러 대책을 구상 중이다.
마지막으로 저축은행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저축은행 업계는 다른 금융권에 비해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는 “디지털은 모든 금융권의 화두다. 저축은행이 디지털 전환이 느려 고객에게 외면받지 않도록 중앙회가 구심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실제 오 회장은 하나저축은행의 비대면 플랫폼 등을 선보이며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이에 “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직원들의 디지털 전환 교육이나 비대면 플랫폼화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를 도와 디지털 양극화 해소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핵심성과지표(KPI) 도입도 추진 공약으로 선언했다. 그는 KPI 도입과 관련해 “회장인 저부터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민간업계에서는 목표치를 가지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직원 및 대표들과 협의해 연간 목표치를 정해놓고 활동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연봉의 절반을 반납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연봉의 절반을 반납해 그 재원으로 자문단을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저축은행의 현안 해결에 내부 힘만으로 어려울 수 있어 전문 인력을 활용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 차기 정부에 저축은행 양극화 해소 지원 전달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저축은행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오 회장은 “장기간에 걸친 지방 인구 감소, 지역 경기 침체 등으로 저축은행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며 “지방저축은행의 영업 활성화를 위한 대출 등의 지역여신 의무비율 완화 등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