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을 거듭 확인하면서 여성 정책의 개편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아동·보육·인구 정책 등을 다룰 새 부처를 신설하고, 나머지 정책은 다른 부처로 이관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떠오른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국정 과제가 취합되는 4월 초순쯤에 아주 러프한(개략적인) 초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정확한 날짜가 나온 건 아니다”라면서도 “국정과제 어젠다를 4월 4일에 초안을 만들기로 했으니 3월 30일까지 분과별 의견을 취합해서 초안을 만들면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대략의 얼개 정도가 나올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인수위에서 논의 되는 정부조직 개편 대상은 여가부·보건복지부, 외교부·산업부, 교육부·과기부다. 우선 윤 당선인이 공약했던 여가부 폐지가 실현될 경우 ‘가족’ 분야 업무가 보건부·복지부로 분리되는 복지부와 합치는 ‘가족복지부’ 신설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보건부는 질병관리청과 통합해 독립하게 된다. 신 대변인은 “여가부 (폐지 여부)와 통상 기능 개편안에 관해 많은 추측 기사가 나오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한 가지 안만 내는 게 아니고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여러 대안을 놓고 윤 당선인이 선택할 수 있게 복수의 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번 주 중반 여성 단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여가부 폐지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선다.
산업부가 맡아 온 통상업무는 10년 만에 외교부로 이관하는 방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후보 시절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통상정책 접근을 강조한 윤 당선인의 기조에 따라 외교통상부로 확대 개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안보분과 간사를 맡은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이 해당 논의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이명박정부 당시 외교통상부에서 통상업무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 이밖에 과학기술부와 교육부의 통폐합도 관심사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대선 공약에 ‘교육부 폐지’가 포함돼 있고, 안 위원장의 공약에 과학기술부총리직 신설 등이 제안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명박정부처럼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하는 형태로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여가부 대신 아동·가족·인구와 관련된 현안을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 아동·노인·보육 정책 등을 가져와 여가부의 가족 정책과 더해 ‘가족복지부’로 개편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머지 여가부의 업무 중 여성고용 정책 등은 고용노동부로, 청소년 정책은 교육부로, 권익증진 기능은 법무부 등 소관 부처로 이관하는 구상이다. 폐지되는 여가부 대신 ‘컨트롤 타워’로서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산하 ‘여성가족위원회’를 두는 방안도 언급된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을 이끌어 내는 것과 여성단체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전국 643개 여성단체는 25일 여가부 폐지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오는 30일에는 여가부 폐지론 진단과 성평등 정책 정부조직 개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