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100년째 어린이날을 맞는 한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이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2010년 과 2019년의 출산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소득계층별로 2019년 100가구당 출산 가구 수는 소득 하위층이 1.34가구, 소득 중위층은 3.56가구, 소득 상위층은 5.78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2010년과 비교하면 소득 하위층의 출산율이 2.72가구에서 1.34가구로 51.0% 줄어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소득 중위층은 6.50가구에서 45.3%, 소득 상위층은 7.63가구에서 24.2% 각각 하락했다. '재벌이나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속설이 드러난 셈이다.
인구의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산업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며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에 차기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가 펼쳐 온 인구정책 방향을 수정한다. 인구 문제의 시선으로 산업·일자리·부동산·안보 등 사회 체계·제도 전반을 전면 재점검해 미래를 기획한다는 게 핵심이다.
인수위는 "가까운 미래, 먼 미래까지 내다보면서 치밀한 국가전략을 세우고 이를 국가정책과 국가사업에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완화 정책은 정책 기간 동안 출산율은 계속 떨어져 출생아 수가 2005년 44만여 명에서 2021년 26만여 명으로 급감했고 고령화 속도도 둔화세를 보이지 않아 총인구 수가 줄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국적의 내국인 인구는 올해 5003만명에서 내년 4992만명으로 내려선다. 이중 15~64세에 해당하는 생산연령인구는 10년 간 357만명 감소할 전망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0년 807만명에서 2040년 1698만명으로 20년간 2배 이상 증가한다.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초저출산·고령화시대에 새로운 인구전략이 필요하다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인구 변화는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어쩌면 대한민국의 미래의 안보·경제·국가 경쟁력등 국가의 모든 번영과 연관돼 있고 국민 개개인의 현재와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인구와 미래전략 TF 공동자문위원장을 맡은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미 출산율이 회복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전에 인구 수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라며 "위기론 절망론만 펼치고 있는게 아니라 △인구 감소 속도를 ‘완화’하는 정책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적응’하는 정책 △예견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기획’하는 정책으로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인구와 미래전략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5대 전략 영역으로 △격차 완화 및 해소 △세대 공존 △지속되는 성장 △안전과 정주여건 △인구감소 충격 완화을 제시했다.
또 이른바 '인구정책기본법'을 제정해 핵심 인구정책을 기획, 조정, 평가해야 하고, 자유로운 융합연구가 가능하도록 연구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구정책은 저출산 완화에 초점을 맞췄고 개인의 선택일 수 있는 영역에 국가가 자꾸 개입해 청년들의 반감을 불러왔다”라며 “(그것이)미래 불안감을 조성해왔고 인구 변동 속도상 효력이 있을 정책과 없을 정책을 구분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구를 중심으로 사회 시스템과 정부 정책, 미래 변화 예측을 이뤄나가는 것이 윤석열정부의 인구 정책 방향임을 강조했다.
원희룡 기획위원장은 "완화정책의 비중을 줄인다는 대립적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완화시켜야 시간을 벌고 충격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 한 가지에만 집착하다 보니 실제로 효과도 없으면서 장기적이고 전체적인 부분을 놓쳐왔던 것을 이젠 차원을 달리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에서는 저출산 문제는 북핵 문제보다 더 심각한 이슈로 봐야하며 인구 정책을 전담하는 부처 창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26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한 국가 전략 세미나'에서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인구문제는 북핵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메가톤급 이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초저출산·초고령화가 초래하는 인구문제는 국가의 존망을 위협하고, 정치, 경제, 사회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인구정책을 여성관점, 일과 가정의 양립, 젊은이 정책을 국가의 기본정책으로 삼아야 한다"라며 "육아 사회화 정책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