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부활의 닻을 올렸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전설로 불리는 무쏘 후속 '토레스'를 출시한 것이다.
업계에는 쌍용차가 토레스 출시와 '인수 성공'을 계기로 과거 SUV 명가의 자존심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13일 토레스의 외관 이미지와 주요 사양을 공개하고 사전계약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토레스 차명은 쌍용차의 전설적인 SUV 무쏘의 후속작으로 남미 인기 여행지로 꼽히는 칠레의 국립공원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따왔다.
토레스의 외관 디자인은 정통 SUV다운 면모를 자랑한다. 전면부는 짧고 반복적인 세로격자 모형의 버티컬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과 스키드 플레이트 일체형 범퍼를 적용해 강인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이어지는 아웃터 렌즈 클린 타입 LED 헤드램프는 SUV의 존재감을 뽐낸다.
실내는 역동적인 외관에 맞춰 직선형의 운전석 공간을 통해 강인함과 함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토레스에는 친환경 GDI 터보엔진과 3세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며 첨단차량제어기술 딥컨트롤,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하는 8에어백을 채택해 안전성과 운전 편의성을 확보했다.
토레스는 고객 기호와 취향에 맞도록 다양한 외관과 실내 색상을 운영한다.
외관 색상은 새로 도입한 포레스트 그린과 아이언 메탈 등 1톤 컬러 7가지와 블랙 루프의 2톤 컬러 5가지 등 총 12가지를 운영한다. 인테리어 색상은 블랙, 라이트 그레이, 브라운, 카키 등 4가지다.
판매 가격은 트림에 따라 T5 2690만~2740만 원, T7 2990만~304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토레스는 지난달 초 열린 사전 품평회에서 쌍용차 대리점 대표들로 구성된 대리점협의회로부터 상품성과 디자인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의 기대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 네티즌은 "토레스 사전계약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며 "무쏘 후속작답게 디자인이 너무 멋있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차가 정말 잘 나왔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며 "쌍용차가 토레스 출시를 계기로 부활하길 바란다"고 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토레스 출시를 계기로 쌍용차가 과거 명성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며 "실제로 쌍용차의 전성기를 대표하던 SUV '무쏘'와 '코란도'를 뛰어넘는 흥행성을 가졌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토레스 출시 외에도 인수 성공이라는 큰 과제를 앞두고 있다. 재계 71위 KG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쌍방울그룹이 도전장을 던진 상황이다.
쌍용차는 지난달 18일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공고 전 인수예정자로 선정된 KG그룹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KG그룹 컨소시엄은 KG모빌리티, KG ETS, KG스틸,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와 켁터스프라이빗에쿼티(PE), 파빌리온PE로 구성됐다.
유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쌍방울그룹은 사실상 탈락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인수예정자 선정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쌍방울그룹은 KG그룹이 파빌리온PE와 연합해 입찰 담합을 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법에 기업 매각 절차 속행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이달 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가 이를 기각했다.
쌍방울그룹은 지난 9일 마감된 쌍용차 공개 입찰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쌍용차 인수 절차는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후보자가 없으면 우선 매수권자를 최종 인수자로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스토킹 호스 방식을 활용해 역전승을 노리고 있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조건부 인수예정자를 정할 당시 인수자금 계획에 KG그룹이 3500억 원 정도를 제시했고 우리가 3800억 원 정도를 써냈다"며 "300억 원을 더 제시했는데도 KG그룹과 파빌리온PE가 손을 잡으면서 조건부 인수예정자 선정에서 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존 조건부 인수예정자 선정 당시 제시했던 3800억 원보다 더 많은 액수를 공개 입찰 과정에서 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쌍방울그룹이 공개입찰에서 KG그룹이 제시한 3500억 원과 파빌리온PE가 제시한 금액의 합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할 경우 최종 인수예정자가 쌍방울그룹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업계 대다수 관계자들은 결국 KG그룹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쌍방울그룹이 더 많은 액수를 제시하더라도 실제로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쌍방울그룹은 조건부 인수예정자 선정 당시에도 자금 동원을 자신했지만 불안감을 조성하며 쌍용차의 신뢰를 잃은 바 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광림이 유진투자증권과 KB증권으로부터 인수자금을 조달받기로 했으나 KB그룹이 빠지면서 FI 구성에 애를 먹은 것이다.
또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 추진 발표로 주가가 급등한 계열사 주식을 팔아치워 차익을 실현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쌍용차 인수에 대한 진정성마저 의심 받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자금력 또한 물음표가 찍힌 상태다. 쌍방울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000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 주요 계열사들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다.
쌍용차 인수를 주도하고 있는 쌍방울그룹의 특장차 계열사 광림은 지난해 23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외에 쌍방울, 비비안, 아이오케이도 각각 185억 원, 32억 원, 36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KG그룹은 자금력은 탄탄하다. KG그룹은 조건부 인수자 선정 과정에서 인수대금으로 90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G그룹 지주회사인 KG케미칼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636억 원, 유동자산은 1조8855억 원이다. 지난해 매출은 4조9315억 원, 영업이익은 4617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도 우수하다.
쌍용차 인수 자금 마련도 수월한 상황이다. KG그룹은 KG케미칼에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KG ETS의 환경에너지사업부 매각대금을 합쳐 약 8600억 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조 원에 달하는 쌍용차 인수 자금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KG그룹 관계자는 "쌍용차의 새로운 주인은 KG그룹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최근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과 만나 쌍용차 회생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KG그룹은 계열사까지 더하면 2조~3조 원 수준의 여유 자금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쌍방울 그룹의 도전을 존중하지만 결국 최종 승자는 KG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통과한 인수 희망자는 이달 10일부터 21일까지 쌍용차 예비실사를 진행한다.
인수 희망자는 오는 24일까지 인수 제안서를 제출하면 되고 이르면 이달 말 최종 인수 예정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쌍용차는 다음달 초 최종 인수 예정자와 본계약을 체결하고 8월 말 관계인 집회를 열어 회생 계획안에 대한 채권단 동의를 받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