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블리자드가 인기 온라인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내 캐릭터 성별 구분을 '남성·여성'이 아닌 '바디 1·2'로 대체할 것을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올 하반기(7~12월) 내 출시 예정인 WoW 확장팩 '용군단' 캐릭터 성별을 기존 남성과 여성에서 바디 1·2로 바꾸기로 했다. 현재 이같은 변화는 일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알파 베타 테스트에 적용된 상태다.
실제 유출된 게임 내 스크린샷을 살펴보면 WoW 용군단에 접속한 이용자는 두꺼운 체형의 1번 아이콘을 골랐을 때의 캐릭터(기존 남성)와 비교적 가느다란 체형의 2번 아이콘의 체형(기존 여성) 중 두 가지를 고르게 돼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 '체형'과 관련해 게임 내에서 가시적인 변화가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블리자드의 이같은 행보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따른 것이라 보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은 모든 종류의 차별 및 편견을 거부하는 신념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며 전통적 관념이나 주류 인식 등을 강하게 거부한다. 태생부터 다민족 국가였던 미국에서 강하게 추진돼 사회 운동으로까지 번진 바 있다.
블리자드도 이같은 인식을 고려해 넓은 이용자의 인종과 성별·취향 등을 고려한 다양성을 취지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는 평가다.
블리자드에서는 2019년 인종차별로 인한 퇴사 관련 논란이 불거진 뒤 다양성 관련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왔다.
WoW 내에서도 여성 지도자 캐릭터가 등장하는가 하면, 블리자드의 다른 게임인 '오버워치'에서도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나 장애인, 노인 등 캐릭터가 다수를 차지하기도 한다.
실제 블리자드 외 복수 해외 게임사에서도 정치적 올바름 요소와 관련한 논란이 다수 일고 있다.
EA에서 2018년에 내놓은 배틀필드5 내 여성 캐릭터가 불거진 문제라던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 캐릭터 성별 및 인종 등 설정 변경, 게임 내 스토리에 지나치게 정치적 올바름 요소를 넣어 흥행 실패로까지 이어진 너티독의 라스트오브어스2가 대표적이다.
국내의 경우 정치적 올바름 문제보다는 캐릭터의 노출 문제나 차별 및 혐오 논란이 있는 발언 등 성갈등과 관련한 문제가 주로 불거졌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논쟁이 활발하다. 다수 이용자들은 게임사 측이 게임 내 콘텐츠에 억지로 정치적 올바름 요소를 넣어 강요한다고 지적하며 불매운동까지 벌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지만 다양성 요소를 강조하는 시대 분위기가 게임에도 반영되는 것일 뿐 게임 플레이 등에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이용자들도 일부 있다.
해외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개별 게임들의 정치적 올바름 요소에 대한 논쟁들이 주기적으로 오른다.
블리자드가 테스트 버전에 적용한 이같은 변화가 정식 출시되는 게임에도 적용되는 경우 해당 요소뿐 아니라 스토리나 캐릭터 대사 등에도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영어나 한국어에서의 그·그녀(He·She)라는 표현이 새로 제기된 중립적인 표현 그(One 등) 등으로 바뀔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블리자드는 이번 문제 이전에도 WoW 캐릭터 내 다양한 피부·눈동자 색·머리 모양 등을 추가하면서 다양성 관련 행보를 보여왔다"며 "이번 논란은 남성·여성 등 명칭을 직접적으로 바꾸는 일이라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돼 실제 출시 게임에 어떻게 적용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리자드가 올해 말 출시할 것이라 공언한 WoW 용군단은 홈페이지 내에서 사전예약 및 구매 수순을 밟고 있다. 게임 내 각종 편의기능과 특수 외관 등을 담은 '신화 꾸러미'는 10만9900원, 탈것과 캐릭터 업그레이드 등 기본 패키지만 포함된 '영웅 꾸러미'는 8만49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