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3일 대만을 떠나기 전에 마크 리우 TSMC 회장과 만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글로벌 시장 1위 반도체 업체인 만큼 미국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칩과 과학법(반도체법)’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반도체법은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5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절차를 거치면 발효되는 만큼 다양한 반도체 업체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리쇼어링 정책이자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저지하고자 하는 전략으로도 통한다. 10년간 중국에 대한 반도체 투자를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서다. 미중 전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반도체 수급 불균형,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대내외적 악재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상반기 실적은 그런대로 선방했지만 하반기엔 암울해질 수 있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다만 아직은 우려할 만한 단계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수요를 고려하면 비관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 저장에 필수적인 클라우드 산업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말 그대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른바 시스템 반도체로 통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와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 기술로 꼽힌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부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에도 경기 불황의 영향을 받겠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갈 수밖에 없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대내외적 악재로 투자 규모가 쪼그라드는 등의 어려움이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를 다소 둔화시키는 반작용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하반기 전망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